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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가치 있는 일, 함께 기억했으면…" 김민호 기자l승인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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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에 주목 그들의 삶과 목소리 영상언어로 전달

"고되고 힘들 때 누군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어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사람들에게 기억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촬영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졸업'으로 지난 2018년 서울독립영화제(SIFF)에서 최우수장편상을 수상한 박주환(34, 강원독립영화협회장) 감독은 10년이란 장기간 촬영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내 역할은 어느 누군가의 가치 있는 삶을, 또는 세상을 향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영화라는 수단을 통해 대신 알리고 전달해 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고 보니 첫 작품인 2009년 '나의 학교'를 시작으로 그가 스탭이나 조연출로 참여했거나 직접 연출한 작품 속 인물들은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그의 손에 들린 카메라는 늘 사학비리에 맞선 대학생과 대대로 살아온 마을을 지키기 위해 농사를 뒤로하고 송전탑 건립 반대운동에 나선 주민들, 혼자서는 집밖으로 한 발 내딛기조차 힘든 장애인들을 향한다.

박 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처음 알린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졸업'도 마찬가지다. '졸업'은 집회와 관련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아온 동료 학생들이 투쟁의 현장에서 온몸으로 울부짖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2009년 9월부터 10년간 카메라에 담은 작품이다.

당시 학교를 휴학 중이던 박 감독은 유튜브를 통해 구재단의 복귀 결정에 분노하며 울부짖는 동료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에게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구재단과 김문기 전 이사장을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는 거창한 생각을 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유튜브에서 본 동료 학우의 모습이 안타까웠고 그들과 함께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2009년 원주영상미디어센터가 운영한 '열혈시민제작단'에 참여해 '나의 학교'라는 제목으로 7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시작된 기록이 10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를 만들겠다는 목적보다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촬영을 이어갔다.

박 감독은 "상지대는 민주화가 됐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고통 받은 사람들은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면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때도 나만의 성취가 아니라 지난 10년간 현장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의 행위가 인정받고 위로받았다는 생각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누군가 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는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의 소중함
함께 고민하고 나누고 싶어"

올해 대구단편영화제 경쟁작으로 선정된 '일시정지 시네마'와 제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다큐 '길 위의 세상'에서도 이런 박 감독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일시정지 시네마는 2016년 춘천에 문을 열었다가 3년여 만에 폐관한 영상문화공간 '일시정지 시네마'와 이를 운영한 유재균 대표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다. 박 감독은 유 대표를 포함한 직원들이 폐관을 준비하는 모습을 통해 독립·예술 영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이들의 도전과 의미를 되짚는다.

'길 위의 세상'은 21분 분량의 단편영화로 강원도에 사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실태를 담았다.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강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소속 장애인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원주를 비롯한 춘천, 강릉, 속초 등 도내 곳곳에서 촬영했다.

최근에는 1960~70년대 탄광지역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영상으로 기록 중이다. 태백 장성광업소를 중심으로 선탄부로 일하며 산업역군으로 일했지만 남성 광부의 삶에 가려 있던 탄광지역 여성들의 삶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작업이다. '광부(鑛夫)와 광부(鑛婦)'라는 제목으로 10월까지 20~30분 분량의 영상물을 완성한 뒤 내년부터는 현지에 머물면서 광부의 아내, 또는 광부의 딸로만 살아야 했던 그녀들의 삶을 본격적으로 기록할 계획이다.

박 감독은 "지금 내 이름 뒤에 붙는 감독이라는 직함은 직업이 아닌 하나의 상태"라고 말한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하는 시간보다 현실적인 이유로 다른 일을 하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촬영한 영상이 계속 쌓이면서 그 과정과 기억을 공유하고 싶었을 뿐 현재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도 없다는 그의 설명이 뒤 따른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는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의 소중함을 많은 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나누고 싶다"는 그는 "내 자신이 답을 줄 수도, 주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그 과정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김민호 기자  hana0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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