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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수당, 세상에 이런 일이?

농민의 문제는 농민 스스로가 해결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그 어느 집단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농민의 공적 역할을 당당하게 주장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론으로 만든 것은 우리 농민이었다 이광원 원주시농민회장l승인202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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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수당을 받으러 부론면행정복지센터로 갔다. 본인 확인란에 서명하고 띠지에 묵인 빳빳한 현금 같은 상품권 70만 원어치를 받았다. 은행이 아닌 행정 업무를 보는 행정복지센터에서 카드가 아닌 뭉칫돈을 받는 것이 좀 묘했다. 옆자리에 계신 할머니 한 분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씀하신다. '세상에 살다 살다 이런 일이 다 있네?' 

 맞다. '농민수당은 세상에 이런 일이?'다. 어디 상상이나 했던 일인가? 쌀값 좀 올려달라고, 이대로 농사짓고는 못 사니 농산물값을 현실화하자고 그렇게 외쳐 댔어도 눈 하나 꿈적 안 하던 이 나라가 어찌 농민에게 수당이랍시고 뭉칫돈을 주다니 뭐가 변한 것인가? 늘 무시와 멸시, 차별의 대상이었던 B급 인생살이 농민에게 무슨 일로, 뭘 잘했다고 뭉칫돈을 이렇게 스스럼없이 주냐 말이다.

 분명 변했다. 변해도 너무 변했다.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농부는 B급 인생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고 풍요롭고 안전하게 살게 해 주는 아주 귀하고 중요한 '공적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 줘야 한다고 합의한 것이다. 농민은 더는 우리 사회에서, 아니 이 국가에서 사적인 존재가 아니라 공적인 존재라는 것을 만천하에 영구히 제도로써 공표한 것이다.

 나는 농부다. 우리 기죽지 말자. 주눅 들지 말자. 얼마나 내 처지가 부끄러웠으면 자식들을 저 어둠의 공포로 가득 찬 도시의 뒷골목으로 밀어냈겠느냐 말이다. 얼마나 살기 힘들었으면 지하 단칸방에 공사판, 비정규직 노동자로의 비굴한 삶을 선택하게 했느냐 말이다.

 얼마나 부모 세대의 삶이 고단했으면 그 귀한 아버지, 어머니의 삶을 이어받지 않고 아예 고향으로 발을 들여놓지도 않는가 말이다.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내야 할 때가 왔다. 어엿한 이 나라의 공적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서 존경받고 대우받는, 그리하여 '너도 나도 농민이 되겠다'는 그런 시대가 곧 올 것이라 믿자. 나의 자식들에게 농부의 삶을, 농촌에서의 삶을 당당하게 권하자.

 그럼, 누가 농민의 공적 역할을 주장하였고 어떻게 합의하게 하였을까? 국가가 해 주었을까? 국회의원이 해 주었을까? 시장이나 시의원들이 해 주었을까? 아니다. 그 누구도 자신의 문제를 대신해 주는 사람이 없듯이 농민의 문제는 농민 스스로가 해결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그 어느 집단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농민의 공적 역할을 당당하게 주장하고 그에 부합한 이치를 찾아 정리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론으로 만든 것은 우리 농민이었다. 농민 스스로가 찾고 증명하고 만들고 주장하고 설득하고 농성하고 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이뤄낸 역사적 사건이다. 

 늘 그래왔듯이 또다시 시작이고 이제 출발이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가 찾아 우리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지루하고 힘든 길을 또다시 가야 한다. 농민 기본법 수립, 농업 예산 10% 확보, 농민기본소득 실시, 농지법 개정, 생명농업 확대, 마을 자치 시행 등…. 원주농업의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그 길로 말이다.


이광원 원주시농민회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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