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의회 올 1분기 업무추진비 사용 현황.

4명이 모여 식사하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2만 원의 식대가 나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원주시의회 의장단은 수시로 4명이 참석한 식사자리에서 정확히 12만 원을 지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시의회에는 시의원 22명의 의정활동에 필요한 경비인 의정운영공통경비와 의장단 업무추진비가 지원되고 있다. 올해 편성한 의정운영공통경비는 시의원 1인당 880만 원씩 모두 1억9천360만 원이 책정돼 있다.

의장단 업무추진비는 올해 약 1억 원이 편성됐다. 의장 3천450여만 원, 부의장 1천660여만 원, 상임위원장(4명) 4천540여만 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 370여만 원이다. 원주시의회는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분기별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원주시의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올해 1분기 의장당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4명이 식사하면서 정확히 12만 원을 지출한 사례는 모두 35건이었다. 업무추진비는 1인당 3만 원까지 사용할 수 있어 규정을 위반한 건 아니다. 그러나 1인당 3만 원에 맞춰 식대를 지출하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의회사무국 관계자는 “사용 기준인 12만 원을 넘을 경우 업무추진비로 12만 원을 결제한 뒤 초과한 식대는 참석자들이 나눠서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3만 원이 나왔다면 12만 원은 업무추진비로 결제하고, 나머지 1만 원에 대해선 1인당 2천500원씩 각출했다는 것이다.

식대가 규정을 초과해 업무추진비로 최대한도까지 결제한 사례는 올해 1분기부터 발생했다. 작년까지는 최대한도까지 결제한 사례가 매우 드물다. 특이하게 올해부터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건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복수의 원주시 공무원들은 귀뜸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식당에서 최대 4명까지만 식사할 수 있어 참석인원을 부풀릴 수 없었을 것이란 게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공무원 A 씨는 “작년까지는 1인당 3만 원을 초과할 경우 참석인원을 허위로 늘리는 사례가 비일비재 했다”면서 “올해는 코로나19로 4명까지만 함께 식사가 가능해 어쩔 수 없이 최대한도로 결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한도까지 사용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무추진비 공개 내역으로 사용한 목적을 전혀 알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원주시의회가 공개 내역에서 밝힌 사용 목적은 주로 2가지였다. ‘원주시 현안 논의 및 의정활동 협조를 위한 간담’과 ‘의정활동 수행 직원 격려 간담’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목적으로 누구를 만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복지시설 후원 성금과 마스크 구입에 의정운영공통경비를 지출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다. 원주시의회는 작년 4분기 의정운영공통경비로 복지시설 후원 성금 400만 원, 마스크 구입비 280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구입비도 논란이지만 복지시설 후원 성금의 경우 시민 세금으로 시의원들이 생색을 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에선 업무추진비의 올바른 사용·집행을 위해 매년 시의원 및 공무원으로 점검단을 구성해 연간 1회 이상 업무추진비 집행실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점검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 A 씨는 “원주시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감시할 책무를 갖고 있는 시의원들이 정작 본인들에게 제공되는 세금은 올바르게 쓰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