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화마대가 휘감고 있던 단풍나무는 이미 표피 부식이 진행 중이다. 손에 조금만 힘을 줘도 쉽게 부스러질 만큼 심각하다.

곰팡이 피고 표피 부식…하자보수 하듯 접근 곤란

도심 가로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통 식재 후 2년이 경과하기 전 제거해야 할 녹화마대가 그대로 방치되면서 가로수 생육환경을 저해하고 개미와 벌레 유충의 소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주시는 지난 2012년 평원로 일방통행 전환 및 도심미관개선사업, 지중화사업 등을 시행하면서 도로변 가로수를 기존 은행나무에서 단풍나무로 교체했다. 지난 2017년과 2019년에는 수피가 갈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녹화마대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주민들로부터 "나무를 심고 관리는 뒷전"이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평원로에서는 도로변 가로수에 부식된 녹화마대가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휘감겨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나마 녹화마대가 제거된 가로수는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녹화마대를 제거하지 않은 대부분 가로수에는 유리나방 유충과 개미가 들끓고 있다. 일부 가로수에는 곰팡이가 피고 표피 부식마저 진행 중이다. 손에 조금만 힘을 줘도 쉽게 부스러질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가로수를 심기만 했을 뿐 사후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원주시의 무관심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근에서 임대업을 하는 A 씨는 "가로수를 새로 심는 데만 그치지 말고 기존에 심은 나무 관리에도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인근 또 나른 단풍나무에는 하얗게 곰팡이가 피어있다.

문제가 제기된 녹화마대는 나무를 심는 초기 수분증발 억제와 겨울철 냉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식물원에서 밀생한 조경용 나무를 가로수로 심었을 경우 강한 햇빛을 받게 되면 수피가 갈라지는 등 피해를 입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방치할 경우 오히려 병해충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목질이 약해져 가로수에 해를 끼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지대 환경조경학과 조우 교수는 "녹화마대는 비가 오면 물기를 머금게 돼 병해충이 알을 낳거나 번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며 "때문에 오래 방치할 경우 생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오히려 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수피현상 때문에 녹화마대를 설치했다고 하지만 수피현상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고 녹화마대 외에 다른 해결방법도 있다"면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생명을 다루는 일인데 건축공사나 토목공사처럼 여겨 하자보수 하듯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원주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2017년 단풍나무 수피가 갈라지고 터지는 현상이 발견돼 녹화마대를 설치하고 2019년에도 부식된 기존 녹화마대를 교체했었다"면서 "현장 확인을 통해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