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유팩을 정리하고 있는 조흥상 씨.

원주시는 재활용품 회수가 취약한 종이팩의 원활한 수거를 위해 화장지로 교환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원료 전량을 수입하기 때문에 분리배출하면 귀중한 자원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1천㎖ 우유팩 기준 35매를 모아 행정복지센터에 가져가면 화장지 1롤과 교환할 수 있다.

매주 한 팩을 마셔도 9개월을 꼬박 모아야 하니 누가 교환할까 싶지만 조흥상(86) 어르신에게 우유팩 교환은 새로운 기부 활동이 됐다. 조 씨는 매일 저녁 우유팩을 수거하러 다니는 일이 하루 일과가 됐다. 차곡차곡 모은 우유팩으로 교환한 휴지를 경로당에 기부하기 위해서다. 원인동과 문화의거리 일대를 돌아다니며 하루에도 수십 매씩 모은다.

그렇게 모은 우유팩은  집에서 깨끗이 세척하고 이틀 간 말린 후 차곡차곡 접어서 보관한다. 소일거리처럼 보이지만 여든을 훌쩍 넘긴 노인에게 매일 저녁 우유팩을 수거하러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손수레를 끌고 종이를 모아 배출한 곳을 일일이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저녁마다 거리를 서성이는 어르신에게 도움을 보태고자 일부 카페에서는 영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그날 배출하는 우유팩을 따로 모아서 주는 곳도 생겼다. 무릎이 성치 않은 할머니가 택시를 자주 이용하자 마음 좋은 기사들은 택시 요금을 깎아 주기도 한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거동도 편치 않은 조 씨를 보며 주변에서는 우유팩 수거를 말리기도 했다. 차상위 계층인 그녀 역시 정부로부터 생필품을 받으며 노인일자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르신은 "작은 노력으로 환경보호활동과 기부활동까지 함께 할 수 있어 스스로도 매우 뿌듯하다"며 "더구나 내가 하는 일에 같이 동참하고 도움을 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고,  힘닿는 데까지 꾸준히 하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 4월부터 약 두 달간 조 씨가 모은 우유팩은 1천 매가 넘는다. 이미 휴지로 교환한 것만 30롤에다 아직 교환할 우유팩도 한참 남아 있다. 이렇게 마련한 휴지는 원주 지역의 경로당 중에서도 인원이 적고 운영도 열악한 곳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조 씨는 원주시민대상을 비롯해 수차례 우수표창을 받았으며 평소에도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교육봉사를 시작으로 배식, 청소, 활동보조 등을 해왔다. 매년 천사운동과 연탄기부을 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성금을 전달하는 등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