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역사박물관에 기증된 주칠 애기장. 1976년 일사 김봉룡 선생이 옛 원주칠공예주식회사 박만희 대표의 의뢰를 받아 제작했다. 주칠 애기장 앞에 1976년 동아일보사에서 출판한 작품집이 보인다.

주칠 애기장과 작품집…25일부터 일사 김봉룡실에 전시

일사 김봉룡 선생이 1970년대 제작한 주칠장과 작품집이 원주시에 기증됐다. 원주역사박물관은 옛 원주칠공예주식회사 설립자 고 박만희 대표의 딸 박정수(73, 경기 고양시) 씨로부터 최근 일사 김봉룡 선생의 주칠 애기장과 작품집을 기증 받았다고 밝혔다.

작품을 기증한 박 씨의 부친 고 박만희(19136~1983) 대표는 1953년 강원석유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1957년에는 현재 태장1동행정복지센터 뒤에 원주칠공예주식회사를 설립, 옻칠을 채취해 정제한 후 수출하는 등 원주 옻칠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특히 1968년 1월, 당시 인간문화재 제10호로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일사 김봉룡 선생을 원주칠공예주식회사 공예부장으로 초빙, 원주가 칠공예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박종수 원주역사박물관장은 "당시 원주는 대량으로 식재된 옻칠 자원은 풍부했지만 옻칠을 활용해 작품을 제작하는 장인이 없어 옻칠 생산지에 불과했다"며 "일사 김봉룡 선생을 초빙하면서 통영에서 활동하던 심부길, 천상원 등 당대 옻칠공예 거장들이 함께 원주로 이주하고 이후 국가무형문화재 제10호 이형만 선생과 채화칠 기능을 재현한 양유전 선생 등이 원주에 정착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원주역사박물관에 기증된 주칠 애기장은 1976년 박 대표가 딸의 혼수품으로 일사 김봉룡 선생에게 의뢰해 제작한 것이다. 1976년이면 일사 김봉룡 선생의 작품 활동이 가장 왕성할 시기다. 높이 110㎝, 폭 68㎝ 크기의 주칠 애기장은 3단으로 구획해 수납공간을 구분하고 각 단마다 하나씩 모두 3개의 여닫이문을 달았다. 3개의 문에는 사각 테두리 안에 각각 한 쌍의 용과 학, 사슴을 나전으로 장식했다. 두 개의 장이 세트를 이루는 작품이다. 함께 기증된 작품집은 선생의 작품 중 명작을 엄선해 1976년 동아일보사에서 출판했다. 

▲ 원주역사박물관에 기증된 일사 김봉룡 선생의 주칠애기장. 각 단마다 하나씩 모두 3개의 여닫이문을 달고 3개의 문에는 사각 테두리 안에 각각 한 쌍의 용과 학, 사슴을 나전으로 장식했다.

작품기증이 이루어지기 까지는 박 씨의 고종사촌이자 박 대표의 조카 방재승(74, 전 원주시차량등록사업소장) 씨의 역할이 있었다. 방 씨는 "주칠 애기장은 지난해 연말까지 집안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사촌동생에게는 부친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 남아있는 물건"이라며 "혼자 간직하기보다는 원주시민들이 부친과 일사 선생의 뜻을 함께 나누고 느낄 수 있도록 기증하자는 권유에 박 씨가 흔쾌히 승낙했다"고 전했다.      

원주역사박물관은 기증받은 주칠 애기장과 작품집을 더 많은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오는 25일부터 박물관 내 일사 김봉룡실에 전시할 예정이다. 원주역사박물관 관계자는 "원주 옻칠공예의 시발점인 옛 원주칠공예주식회사와 원주 옻칠공예를 중흥시킨 일사 김봉룡 선생의 인연이 담긴 작품"이라며 "한 평생 전통 공예를 지킨 선생의 장인정신과 예술혼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원주역사박물관은 2012년 김봉룡 선생의 유족으로부터 선생이 사용하던 칠공예 재료와 도구, 1925년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 장식공예품 박람회 상장 등 유품 3천300여 점을 기증 받았다. 이후 김봉룡 선생의 스승인 수곡 전성규 선생의 작품 다수를 수집하는 등 국내 최고의 칠공예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문의: 737-4371(원주역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