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리스 사택. 1918년 선교사 모리스를 위해 지은 건축물이다.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 원주 의과대학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원동성당은 원주의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란 생각이지만, 일산동 연세대학교 원주의대 건물 사이에 있는 모리스 선교사 사택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도 있다.

2017년 문화재청은 모리스 선교사 사택을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지정 예고하면서 제공했던 자료에서 지정 이유 몇 가지를 제시했다. 원주에 기독교가 전해지던 초기 서양식 건축물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는 점, 서구식 의료, 교육, 생활, 건축의 유입 통로였던 일산동 일대 남아있는 유일한 서양 건축물이라는 점, 원주지역 개신교 선교 활동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택의 주인공 모리스(Moris, Charles David)의 행적을 보면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지정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모리스 선교사는 원주 읍내에서 3·1운동을 좌절시켰던 인물이다. 1919년 3월 13일 서울에서 사람들이 원주에 내려와 3·1운동을 준비하면서 선교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때 모리스 선교사는 도움을 주기는커녕 일본 관헌에 고발했다.

선교사의 고발로 3·1운동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사전에 일본 헌병들에게 체포되고 말았다. 이후 모리스를 비롯한 원주지역 선교사들은 전도사 회의도 중단하고 예배 때에는 일본 헌병을 임석시켜 만에 하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만세 운동을 사전에 차단했다. 이로 인해 원주 읍내에서는 3·1운동이 일어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추측하건대 모리스를 비롯한 선교사들은 식민지 조선 민중들의 독립에 도움 되는 일보다는 조선총독부와 불필요한 갈등을 빚지 않고 안전한 선교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유일 서양건축물 개신교 선교 활동 역사 간직
안전한 선교활동 보장 위해 식민지 지배 동조

▲ 모리스 사택 안내판에는 원주 기독교 의료 선교 사택이라고 나와 있고, 모리스란 이름은 사라졌다. 현재는 일산 사료 전시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안전한 선교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도움을 청했던 사람들을 외면하고 고발까지 해야 했을까? 이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차원을 넘어 식민지 지배에 동조하고 협력하는 정도에 이른 것이다. 

천주교 뮈텔 주교도 3·1 운동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뮈텔 주교는 천주교 지도자들이 3·1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런 와중에 서울 용산 예수성심학교 신학생들이 만세운동에 참여했다.

이에 주교는 참여한 신학생들을 불러 심하게 꾸짖었다. 신학생들은 꾸짖는 주교 앞에서 일제에 짓밟힌 조국을 외면할 수 없다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주교는 만세운동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뮈텔 주교는 만세운동을 주도한 신학생들을 퇴학시켰다. 퇴학당한 학생 중에는 강원지역 신학생인 박 마르코도 있었다.    

기독교 선교사 모리스와 천주교 뮈텔 주교 모두 서구의 시선과 신앙의 관점에서만 식민지 조선을 바라보았다. 이들은 식민지 조선 사람들이 처한 현실에 제대로 다가서지 못했고, 조선 사람들의 간절한 요청도 외면했다.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종교에 대한 믿음만 요구했다. 누구를 위한 선교였을까? 참다운 종교의 역할은 무엇일까? 모리스 선교사와 뮈텔 주교가 걸어간 자취를 돌아보면서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