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사진은 기사와 관계가 없습니다. (사진 제공: 아이클릭아트)

완성차 업체, 일제 조업 중단…원주 업체 부품 납품 못해 손실
일부 부품사 매출액 절반 감소…더 악화될 시 구조조정 불가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원주 자동차부품 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조업을 중단하면서 원주 부품 업체에 피해가 불가피해진 것. 생산량을 감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요원한 실정이다.

한국GM은 지난달 19일부터 23일까지 트레일블레이저, 말리부 등을 생산하는 부평1·2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지금은 창원공장을 포함, 3개 공장의 자동차 생산량을 50%로 감축한 상태다. 현대·기아차도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울산1공장의 휴업을 결정했다. 이곳은 아이오닉, 코나 등의 주력 차종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그랜저, 소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도 12~13일, 19~20일 가동을 중단했다.

서강현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달 열린 1·4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수급 어려움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5월에도 4월과 비슷한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생산 조정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하자 원주 자동차부품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원주엔 만도 계열 협력사를 비롯해 62개의 자동차부품 회사가 있다. 이들은 현대·기아차, 한국GM, 쌍용 등에 조향장치, 제동장치 등을 납품한다. 그런데 완성차 공장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지역업체에도 매출 감소 등의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강원지역본부 관계자는 "자동차 생산 공정이 수직계열 구조다 보니 한 부분에 차질이 생겨도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며 "만도 계열 부품사를 비롯해 지역 부품사들이 생산 감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부품 사태로 S업체는 매출이 절반이나 감소했다. 자동차 반도체 수급난뿐만 아니라 쌍용차 부도설 등의 악재가 겹쳤기 때문. 만도 계열 부품사 K사도 지난달 11%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

하영봉 강원도자동차부품 미니클러스터회장은 "당장은 특근이나 잔업 등을 줄여가며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면서도 "부품 수급난이 연말까지 지속 되면 인력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작금의 반도체 부족 사태는 주요 반도체 공장이 있는 미국, 일본, 대만 등에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어려움이 심화됐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가 위치한 국가들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차량용 반도체 부품에 대해 신속통관을 지원하고 주요국 관련 기업체와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사방으로 뛰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원인인 MCU(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 반도체는 단기간에 수급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의 반도체 수급 경쟁도 치열해 사태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지역 자동차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 차원의 경쟁이 심화돼 우리나라가 제때 필요한 반도체를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연말까지 불안정한 사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업계는 강원형 취직 사회책임제 등의 일자리 지원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유지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 2015년 실시한 경제총조사에 따르면 원주 자동차부품 산업엔 62개 기업, 4천300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