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3.1운동 100주년 원주시민추진위원회가 주관한 3.1운동 100주년 기념식. 시민들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1919년 3월부터 4월까지 3·1운동의 불길은 전국적으로 거세게 타올랐다. 임종국은 「실록 친일파」에서 전국적으로 1천214회의 만세시위가 전개되었다고 분석했고, 박은식은 「독립운동지혈사」에서 당시 행정구역 기준 220개 군 가운데 211개 군에서 만세운동이 전개되었다고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전국 95% 이상 지역에서 만세운동이 전개된 것이다.

원주에서도 원주읍을 제외하고 부론면 노림리, 흥호리, 법천리, 손곡리, 소초면 둔둔리, 평장리, 장양리, 의관리, 교항리, 귀래면 귀래리, 문막면 건등리, 반계리, 궁촌리, 매사리, 동화리, 지정면 보통리, 가곡리, 간현리, 안창리, 흥업면 사제리, 흥업리, 호저면 매호리 등지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3·1운동에 참여했다 총칼에 맞아 현장에서 죽거나 부상당한 사람들도 많았고, 체포 구금되어 모진 고문을 받아 죽거나 불구가 된 사람도 많았다. 원주에서 만세운동에 참여했다 현장에서 순국한 분이 강달회, 하영현이었다. 투옥된 후 고문으로 순국한 분은 강만형, 이면직, 한범우였고, 고문으로 불구가 된 분이 김성관이었다.  

전국에서 뜨겁게 타올랐던 3·1운동은 4월을 넘기면서 점차 잦아들었다. 수많은 지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 통치는 변함없었다. 헌병경찰이 사라진 자리에 민간인 경찰이 들어왔고, 문화 통치란 명분으로 조선인들에게 참정권도 부여하고 신문 발행도 허용한다고 했지만 일제 통치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강달회 하영현 강만형 이면직 한범우 등 순국
3.1운동 이후 원주청년회 중심 청년운동 전개
 

▲ 강원감영과 문화의거리 등에서는 독립선언서 낭독과 만세삼창 등이 이어졌다.

한 때 독립운동에 몸담았다가 3·1운동 이후 변절의 길을 걸어간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렇게 많은 지역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만세운동에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는 여전히 강했다. 냉혹한 현실 앞에서 그들은 좌절을 느꼈다. 그들에게 일제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좌절했던 것은 아니다. 만세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맨손으로 태극기 들고 만세 부르는 형태의 저항으로는 일제를 몰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무장독립투쟁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주권재민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 뛰어든 사람들도 있었다.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운동을 전개했다. 3·1운동 이후 농민운동, 노동운동, 여성운동, 청년운동, 학생운동이 활성화되었다.

3.1운동 이후 원주청년회를 중심으로 청년운동이 전개되었고, 6.10만세운동 당시 원주공립보통학교 학생들은 동맹휴학을 시도했고 만세시위를 전개했다. 광주학생항일운동이 일어나자 원주공립보통학교 학생들이 만세시위를 준비하다 사전 발각되어 좌절되었다. 노동자를 중심으로 원주 노동회가 창립되어 활동했고, 신간회 원주지회를 중심으로 메이데이 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봄 들녘에 돋아나는 풀꽃은 얼어붙은 땅속에서 봄날 솟아날 새순을 준비한다. 만세운동의 불길이 잦아들고 희생되고 투옥된 지사들과 가족들의 고통이 기약 없이 이어지던 시기, 땅을 짚고 일어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던 이들의 태동이 있었다. 엄동의 겨울에 새순을 품고 있던 씨앗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