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4월 소초면 학곡리(구룡사로 142) 일대에 연건평 200여 평의 2층 건물이 준공됐다. 원주시가 옻칠 관련 행정으로 건립한 최초의 공공 시설물 원주옻칠기공예관 이야기다.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원주옻칠의 발전을 위해 국비를 포함, 도비와 시비 10억 원을 들였다. 그해 매출은 1억 원을 넘었고, 방문객도 1만 명에 이르렀다. 물론 개업발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2019년 매출 1천600여만 원에 방문객은 1천700여 명. 구룡사 쪽으로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폐가로 봤다. 빗물이 새고 악취로 넘치며 어찌 보면 원주옻칠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이 시설을 운영하던 원주옻문화센터마저 2019년 초 손을 뗐다. 하지만 옻칠기공예관은 원주옻의 역사에 핵심 인프라다. 맛이 갔다고 부셔버릴 수도, 문을 닫기도 쉽지 않은 건물이다.

 옻칠기공예관의 운명이 거기까지 몰렸을 때 고민하던 담당부서에서 필자에게 제안을 했다. 한번 살려볼 생각이 없냐고? 망설이던 필자와의 밀땅이 몇 차례 지난 후 리모델링을 조건으로 해보기로 했다. 물론 보수같은 것은 어떤 것도 없었다. 단지 좋아하고 진정으로 살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담당부서 직원들이 스마트했던 것이다. 필자의 옻칠에 대한 경력과 거의 미쳐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방일간지 기자로 2007년 '원주 옻한지 산업화를 위한 심포지엄' 취재 때 원주옻에 처음 꽂혔다. 그후 2011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취재공모사업을 따내 이듬해 <세계 최고 품질 원주옻 미래성장동력으로>란 타이틀로 취재에 들어갔다. 원주는 물론 통영, 남원, 옥천, 함양 등 옻 관련 유명도시를 모두 취재하고 일본 가나자와현과 와지마시, 도쿄를 방문했다.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원주옻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이었다. 130년이 넘는 옻칠 전공학과 역사를 갖고 있는 동경예술대 교수와 옻칠기 장인들은 하나같이 원주에서 왔다는 소리에 반색을 했다.

 미타무라 아리수미 동경예술대학장은 "원주옻 때문에 흥업면 대안리에 수차례 다녀갔다"며 동네 사람들 이름까지 기억했다. 그는 "옻칠의 미래는 한국에 있다. 옻칠을 식품으로까지 이용하는 유일한 민족이기 때문"이라 했다. 고급 브랜드 옻칠기로 유명한 와지마시의 장인들은 "할아버지로부터 원주옻 때문에 원주를 왕래하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원주옻의 품질을 인정했다.

 귀국해 6회짜리 연재 기획물을 마친 후 바로 실전에 돌입했다. 옻문화센터의 야간 공예교실에 수강신청을 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을 외쳤다. 옻칠기공예관은 지난해 연말에 리모델링공사를 마쳤다. 마루는 물론 벽과 테이블까지 온통 옻칠로 만든 고객쉼터와 체험실, 갤러리 등을 갖췄다. 운영 방향도 정했다. 원주옻칠 문화의 저변확대와 대중화다.

 제품 가격은 저렴하게, 디자인은 구매욕을 충동시킨다는 것이다. 아울러 옻칠체험 프로그램도 전통공예가 아니라 생활칠기 체험과 제작에 옻칠인문학을 버무려 넣을 것이다. 여기에 주변의 황장목숲길과 수레너미길, 탬플스테이, 맛집 등을 연결해 운영할 것이다.

 와서 놀고 쉬고 힐링하는 전국적인 핫플레이스가 목적이다. 원주가 왜 옻의 성지이며 대한민국 최고의 옻칠문화 도시인지를 알려 나갈 것이다. 세계 최고 품질의 원주옻으로 대한민국에 옻문화를 칠(漆)하는 날이 올 때까지. 옻칠은 여행의 이유 중 최고의 문화체험이다.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 관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