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호박·오디 등 농산물 사용해 농산물 판로 확장

"지역특산물은 대개 쨈이나 주스 같은 관광기념품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기념품으로만 만들다 보니 유통량이 적을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경주 밤빵'처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만들면 농산물 소비량이 수십·수백 배 증가할 수 있어요. 저는 원주푸드로 만든 빵을 전 국민에게 알리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지역의 문화, 식품, 예술, 관광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을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er)라고 한다. 민간기업이 전국과 세계를 대상으로 영업을 펼친다면 로컬 크리에이터는 골목길과 마을 곳곳이 주 사업 무대이다. 동네 특유의 문화자원을 발굴·홍보하고, 지역 주민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일을 수행한다. 

신지원(27) 씨도 2019년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사업에 도전해 로컬 크리에이터가 됐다. 지역 농산물을 원료로 빵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는 것. 원주에서 생산되는 밤호박, 마늘, 오디 등이 그녀의 관심거리이다. 지역 농산물이 갖는 유통의 한계점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극복하고 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만 해도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이 목표였다. 자타 모두가 공인하는 삶을 살아야 성공했다고 봤기 때문. 그런데 프랑스 유학 시절 생각이 유연하게 바뀌었다. 삶에 개방적인 프랑스 사람들을 만나면서 좋아하는 거, 원하는 것 맘껏 하고 살아야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게 됐다. 이 생각으로 20대 초반 프랑스와 서울을 오가며 전문 제빵 기술을 터득했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사업을 통해 원주푸드에 관심을 두게 됐다.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 공고를 본 후 국내 농산물을 원료로 한 사업을 계획했던 것. 신 씨는 "한국에 귀국하고 원주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밤호박 반찬이 예술이었다"며 "밤호박으로 바게트를 만들면 고객들 반응이 좋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외국 제품보다는 저렴하면서, 신선도는 월등해 로컬푸드는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기업도시 아파트 상가에 빵집을 오픈했다. 이때부터 머릿속에서 구상했던 일을 하나둘 추진하기 시작했다. 원주에 어떤 농산물이 나오는지, 이를 어떻게 빵과 접목할지 본격적으로 실험했던 것. 재료 구입, 밀가루 반죽, 제품 판매 등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해 나갔다. 이 때문에 장사 초기엔 새벽 5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열정 하나로 매일 30여 가지의 빵을 선보였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아직까진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아파트 주민들도 특색있는 빵보단 대중적인 빵을 더 선호했다. 로컬푸드를 원료로 사용해 가격이 비싼 것도 초기 부진의 이유였다. 그래도 마음속엔 늘 잘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신 씨는 "장사 초기 단가가 높은 제품은 진열대에 내놓지도 못할 정도로 두려움이 컸다"며 "하지만 빵이 맛있으니까 주저하던 손님들도 결국은 구매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 혼자서 빵집을 운영해왔던 터라 손목에 무리가 왔기 때문. 몸은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분주하다. 취급 중인 수십 가지 메뉴를 대폭 줄일 계획인 것. 대신 지역 농산물 사용량을 크게 늘리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신 씨는 "원주 다래, 통밀가루, 쌀가루 등을 활용해 머핀, 케이크 등을 만들고 싶다"며 "지역 농업인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농산물 직거래, 가공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신 씨는 기업도시 호반베르디움 아파트 상가에서 제빵점 '빵, 오네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강원스타트업페스티벌에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빵을 출품해 최우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