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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가게 지키다 폐업할까 두려워"

원주역 이전한 학성동 텅 비어...가게 임대료 내기 위해 일용직 박수희 기자l승인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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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이젠 폐역이 된 학성동 옛 원주역 광장. 인적이 끊겨 적막했다.

1940년 경경북부선 양평-원주 연장구간 개업으로 원주역이 학성동에 문을 열었다. 시청과 법원이 학성동에 있던 시절, 통일아파트와 인근 삼천리아파트 주민들까지 원주역으로 모여들면서 역 주변은 늘 사람들로 붐볐다. 원주역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권에서 역전시장은 물론 주변 가게들까지 번성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법원이 무실동으로 이전하고 통일아파트마저 나가자 학성동은 낙후된 구도심의 길을 걷고 있다. 역전시장 짧은 골목에서는 문 여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고, 코로나19 여파로 문 닫는 상가는 점점 늘어간다. 지난 5일 원주역마저 무실동으로 떠나보낸 상인들은 학성동에 남아 있던 마지막 랜드마크가 사라졌다며 착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원주역이 문을 닫으면서 이 일대 사람들의 인기척이 느껴질 때는 이른 새벽과 저녁 시간 출퇴근하는 용역 인부들이 인력사무실을 오갈 때뿐이다. 낮 시간임에도 을씨년스러운 겨울날씨보다 더 휑한 거리 풍경이 익숙한 곳이 됐다.

▲ 학성동의 마지막 랜드마크로 여겨졌던 원주역이 무실동으로 이전한 뒤 학성동 거리는 오가는 사람이 없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이다.

학성동에서 17년 째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원주역이 이전하면서 마트를 자주 찾던 단골인 택시기사 손님이 거의 끊겼다. 오후 늦은 시간이면 원주역에 대기하다 마트를 들렀던 택시기사들이 일부러 학성동을 찾을 일은 없어졌다. A 씨는 "밤 손님 중 절반 가량은 택시기사 분들이었는데 일주일 새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이제 마트를 찾는 손님이라고는 마진이 얼마 남지도 않는 담배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한탄했다.

그 중에서도 단골 손님들은 외상으로 물건을 가져간다. A 씨는 "요즘시대 원주에서 외상이 가능한 곳은 이곳이 유일할 것"이라며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부부가 투잡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8년 째 빵집을 운영하는 B 씨 부부 역시 학성동에서 계속 장사를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다. 학성동이 이전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고는 하나 요즘에는 거리를 다니는 사람을 구경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 됐다. B 씨는 "원주역이 떠나면서 거리가 휑해지자 하루 손님 10명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임대료를 내기 위해 대출을 반복하다보니 버틸수록 빚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B 씨 부부 역시 일용직을 병행하고 있지만 원주역이 새롭게 리모델링해 문을 열 때까지 가게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B 씨는 "지금 원주역 일대 상가 모두 업종 불문하고 돈 버는 가게는 없을 것"이라며 "원주역이 빨리 새단장해 문을 열어야 그나마 상인들의 고충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0여 년간 이곳에서 군인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C 씨도 원주역이 이전했다는 소식이 못내 아쉽다. 원주역을 이용하던 군인과 승객들의 도장이나 명찰을 맡기고 돌아오는 길에 찾아가던 발걸음이 끊겼기 때문이다. C 씨는 "이제는 일부러 이곳을 찾아오지 않고서는 사람 구경하기가 어려워졌다"며 "80이 넘은 나이라 다른 일을 구할 수도 없어 이렇게 빈 가게를 지키다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D 씨가 운영하는 숙박업소는 원주역이 떠나면서 근처 인력사무소를 찾는 용역 인부들만 남았다. D 씨는 "기차 타는 승객이 아니더라도 원주 지리를 잘 모르는 타 지역 사람들은 기차역이나 터미널 근처로 숙소를 잡는 경우가 많아 그런 손님들이 제법 쏠쏠했다"며 "이제 숙소를 찾는 손님이라고는 용역 인부들뿐인데 그들마저도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놀리는 방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상인들은 원주역을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원주시의 활용계획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상인은 "놀거리, 볼거리가 풍부한 관광지가 아니고서는 유동인구를 늘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원이 생긴다면 노숙자나 비행청소년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전락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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