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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에 대한 단상

태장동 배찰스(가명)l승인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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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숫자에 약한 사람이라도 '10억'이라는 돈이 어마어마하게 큰돈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거금 10억 원을 갖고도 서울 강남에선 20평짜리 아파트를 살 수 없을 뿐 아니라 전세 얻기도 힘들다고 한다.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1억 원을 모으기 힘든 사람들은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벗어나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집 짓고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지난 3분기 서울 사람들이 지방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를 매입한 지역은 강원도, 그중에서도 원주였다. 이 때문에 기업도시 23평짜리 아파트값은 최근 6개월 만에 5천만 원이나 올랐다. 정부에서 서울과 수도권에 부동산투기를 규제하자 수도권과 가까운 원주까지 투기 열풍이 미친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도 줄곧 있었다. 지난 2016년 원주기업도시 주택용지 한 필지의 경쟁률은 9천351대 1을 기록했다. 작년 수천 세대 미분양이 발생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했던 중앙공원 아파트는 올해 프리미엄이 2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들만 떠올려봐도, 부동산 투기가 원주에서 몇 년마다 반복된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6개월 만에 5천만 원, 1년 만에 1억~2억 원이 대수롭지 않게 오르니 원주도 점점 서울을 닮아가고 있다. 

 2009년에 나온 영화 '10억'은 십억을 얻기 위해 청년들이 호주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이야기였다.  영화가 나온 후 불과 10년 남짓 10억은 목숨을 걸 수 있는 큰돈에서 강남의 작은 아파트 전세금도 못 얻는 적은 돈이 되어버렸다. 정말 '집값 10억'은 직장인들이 식당에서 즐겨 찾는 '된장찌개'나 '짜장면'처럼 흔하디흔한 보통명사가 된 듯하다.

 단순히 생각하면 아무 데나 제 좋은 곳에서 제 형편껏 살면 그만인데, 요즘은 다들 무리수를 두어가며 집에 '투기'를 하고 싶어 한다. 남부럽지 않은 집을 가진 사람도 기업도시나 혁신도시에 집을 하나 더 장만해야 나중에 '돈이 된다'고 외치는 세상이다. 

 소설 '백경'의 저자 허먼멜빌은 '인생은 집을 향한 여행'이라고 했다. 올 한해를 돌아보니 그 어느 때보다 집을 향한 욕망이 들끓었던 것 같다. 형편이 되는 사람은 형편이 되어서, 형편이 안되는 사람은 형편이 안되어서 집을 향한 뜨거운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워했던 한해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토록 내 집 마련에 목을 매는 이유는 집이 바로 가족, 행복, 소통을 담는 공간이어서가 아닐까. 집이 주거의 개념이 아니라 돈을 불리는 도구가 되어버린 시대.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따뜻한 저녁 한 끼로 행복을 느끼던 시절은 옛날 드라마에서나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태장동 배찰스(가명)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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