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운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특화사업으로 나눔문화 확산을 위한 '우리동네 나눔가게' 운동을 진행, 30여 개 업체에서 참여하고 있다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역 여건에 따라 복지 사각지대 발굴, 지역 자원과의 서비스 연계 등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수행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는 민관협력기관이다. 주민 관점에서 마을에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제안하면, 관에서 사업 수행을 위한 행정적 지원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복지 체감도를 높이고 지역 밀착형 사회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읍면동마다 전담 인력 및 서비스 연계 자원 부족, 사업 추진 관심도 등에 따라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동은 큰 차이를 보인다. 회원들이 매주 직접 발로 뛰며 지역 자원을 발굴하는데 앞장서는 곳이 있는 반면, 명단에 이름만 올리고 유령단체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이러한 격차는 특히 도심과 농촌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풍부한 재원과 행정인력 갖춘 동 지역
개운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난 2019년 특화사업으로 나눔문화 확산을 위한 '우리동네 나눔가게' 운동을 시작했다. 지역 내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이웃에게 물품과 서비스를 후원하는 활동으로 민간의 자발적 참여로 이웃돕기에 앞장서는 활동이다.

지금까지 31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올해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10여개 업체가 꾸준히 현물 및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참여 업체도 다양하다. 음식점, 마트, 안경점, 미용실 등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나눔가게 발굴에는 회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나섰다. 현판을 제작해 전달하고, 소외계층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연계하는 일은 행정복지센터에서 담당한다. 

단구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역시 지역 사업체와 우리동네 행복동행 협약으로 불우이웃에게 외식권을 후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볼링대회를 열어 수익금으로 지역 출산장려를 위해 20가구에 25만 원 상당의 출산꾸러미를 전달하는 등 자체 수입원을 마련해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밖에도 폐지 줍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수레와 안전용품을 지원하는 등 지역 수요에 맞는 다양한 특화사업을 실천해왔다.

원인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마련한 마을관리소를 기반으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재개발지역으로 대부분이 노후 주택인 점을 고려해 마을관리소에 집수리 공구를 무료 대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전기 단전가구나 노후 주택을 대상으로 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원들끼리 걷은 회비로 유제품을 구매해 독거가구에 전달하며 안부를 묻는 찾아가는 서비스도 높은 호응을 얻었다.

위에 언급한 우수사례들은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동을 소개한 것이다. 이러한 우수 사례들은 민간의 풍부한 서비스 연계 자원과 전담 행정 인력이 함께 민관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개운동 맞춤복지팀 관계자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적극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민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사례를 발굴하고, 관의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지역별 맞춤형 복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농어촌특성화형으로 한계 극복 기대
원주 A면은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구성되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10여 명을 겨우 채운 회원 명단에서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보니 복지 사각지대 발굴이나 서비스 연계 실적 저조는 물론, 지역별 특화사업 운영도 전무하다. 원주시에서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운영을 위해 지원금 100만 원을  지급하고 있지만 사업 활동이 없어 지원금 신청조자 하지 않고 있다.

A면을 포함한 농촌 지역 지역사회보장협의체들은 동 지역과 활동을 비교하면 미비하다. 읍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활성화가 어려운 이유는 전담 행정 인력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동 지역의 경우, 16개 동 행정복지센터마다 맞춤형복지팀을 개설하고 전담인력을 배치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며 복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읍면 지역은 문막읍-부론면-지정면, 소초면-호저면, 흥업면-판부면-신림면-귀래면 등 3개의 권역형으로 묶어 중심동(문막읍, 소초면, 흥업면)이 다른 지역까지 함께 관할하는 사업으로 추진했다. 

맞춤형복지 인력이 중심동에만 배치되면서 자연스럽게 중심동 위주로 사업이 이뤄졌다. 행정력 부재로 나머지 지역은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활동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는 지역 기관이나 자원도 부족하다. 협력할 수 있는 복지관이나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사업체가 적으며, 회원으로 참여할 인력 부족도 농촌 지역의 한계로 평가됐다.

원주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올해 7월 권역형으로 묶여 있던 8개 면 지역을 농어촌특성화형으로 전환했다. 문막읍은 동 지역과 같이 기본형으로 추진한다. 농어촌특성화형은 맞춤형복지팀은 구성하지 않고 전담 인력을 각 면 복지부에 배치해 운영된다. 따라서 동 지역과 달리 맞춤형복지팀장은 따로 배치되지 않는다. 

복지정책과 김도희 팀장은 "전담 인력 등 재원 부족 상황을 고려해 면 지역은 농어촌특성화형으로 맞춤형복지팀을 운영하게 됐다"며 "읍면 지역마다 맞춤형복지 전담 인력이 배치되면서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활동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역 맞춤형 서비스 발굴 중요

▲ 판부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이웃돕기 성금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이웃 행복동행! 판부 사랑 나눔 후원물품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행정력과 풍부한 지역 자원을 갖췄다고 해서 동 지역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모두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회원들의 관심도와 열의에 따라 사업 참여도가 다르다. 농촌지역에서도 지역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한계를 극복하며 활동하는 사례들이 있다.

흥업면은 지역 3개 대학의 학생 인력을 적극 활용한 복지 사업을 추진한다. 학교와 같이 하는 사업을 개발해 주민 욕구조사를 실시했으며, 경로당을 방문해 재능기부를 하거나 반찬배달 봉사도 함께 한다.

신림면은 사랑의열매공동모금회 공모사업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취약계층의 LED 전구 무상교체, 14개리 실버카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판부면은 기부물품 판매를 통해 후원자금을 확보하는 등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동을 활성화하고 있다.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각 지역마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처럼 지역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 특성에 맞는 맞춤형복지 서비스를 개발하고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읍면동마다 맞춤형복지 전담 인력이 배치된만큼 25개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고루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