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원주시농산물도매시장

상인 반대하면 무산…이전 방식은 추후 결정

농산물도매시장 이전 터가 내달 초 결정된다. 조만간 원주시가 부지선정위원회(이하 선정위)를 구성해 이전 대상지를 결정할 예정인 것. 시장 중도매인을 비롯한 이해관계자가 선정위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정위엔 도시개발 전문가 그룹, 도매시장 관계자 그룹, 행정 그룹, 원주시의원 등이 참여한다. 15명 이하의 평가위원으로 구성돼 현 6개 후보지를 평가할 예정이다. 각 후보지에 대한 점수를 매겨 최고 점수를 획득한 후보지가 이전 대상지로 선정된다. 원주시 관계자는 "시장 이전과 관련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후보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최종 대상지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대상지가 선정되더라도 곧바로 시민들에겐 공개되진 않는다. 도시관리계획 반영 등의 행정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 도시계획에 반영되지도 않았는데 이전 대상지가 공개되면 부동산 투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민설명회 등 향후 행정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종 후보지가 결정되더라도 도매시장 중도매인과 법인이 반대하면 이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 현 단계동 도매시장은 시장 운영에 있어 시설 규모가 크게 부족하지 않은 상태다. 교통이 편리하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이에 일부 상인들은 도매시장 이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왜 이전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전 대상지가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의 불편이 예상되면 상인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열린 도매시장 이전 설명회에서도 한 중도매인은 "도매시장 이전은 소비자나 농민보다 상인들의 의사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단계동보다 못한 곳에 이전할 바엔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전 대상지의 주민 의견도 중요한 요소다. 원주시는 도매시장 이전과 더불어 화물자동차 주차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각 시설의 입구와 진입로를 따로 설치한다지만, 사실상 두 개시설을 한데 묶어 조성하는 것이어서 주민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농산물도매시장 이전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2018년 이전사업을 계획할 당시엔 농림축산식품부가 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운영했다. 원주시는 이를 수주해 이전 비용 상당액을 충당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해당 사업이 폐지되자 사업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내년에는 시설현대화사업이 재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주시는 이를 최종 확인한 후 이전 방식을 결정할 방침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도매시장 현대화사업을 추진할 경우 수백억 원 의 국고를 지원받을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현 부지에 대한 매각 비용과 순수 시비로 이전비용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감정 평가에서는 현 도매시장(4만4천880㎡) 부지 가치가 587억 원으로 책정됐다. 새로 짓는 도매시장은 농산물 외에도 축·수산물을 동시 취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레 더 큰 용지(16만5천㎡~19만8천㎡ 추정)가 필요한데, 현 단계동 시장부지를 판매하는 금액만으로는 이전 비용을 조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 농산물도매시장은 지난 2000년 단계동 시유지에 완공됐다. 당시 건립비용은 215억3천700만 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