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유투브 인스타그램

한진규 내수면 어업연합회장

"생태환경 파괴되면 우리도 죽는것" 서연남 시민기자l승인2020.08.10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면 섬강도 기지개를 켠다. 한진규(59) (사)전국내수면어로어업연합회장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봄, 가을이면 원앙 수백 마리가 떼 지어 있기도 하고, 수리부엉이가 물고기 잡아먹는 모습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어릴 때부터 물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고 민물고기, 식물, 곤충에 관심이 많았던 한 회장. '물개'라고 불릴 만큼 수영도 잘했다.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소고기 가게를 운영하던 한 회장이 어부가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고기를 먹고 나면 보통 식사로 된장찌개를 주문하는데 특별한 손님이 오는 날이면 항상 매운탕을 끓여줬다. 한 회장의 매운탕을 맛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매운탕 집을 하라'는 말을 했다.

 그냥 웃으며 넘겼는데 현실이 됐다. 지정면 가곡리에 섬강어부의 집이라는 매운탕 가게를 냈고 섬강에서 민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허가를 받게 됐다. 1995년이었는데 원주시에 회장을 포함해 15명 정도의 어부가 있었다. 각자 자기 구역을 지키면서 조업을 했지만, 섬강 보존을 위한 비전이 없었다.

 그래서 한 회장은 어업계 구성을 제안했다. 모두가 필요했던 일이라며 적극 동의했고, 초대 사무국장을 맡아 조직의 기반을 닦았다. 2009년부터는 원주섬강어업계장을 맡고 있다. 회원들과 정관을 만들고 섬강 생태계 보전을 위한 활동 계획을 세웠다. 산란기에는 조업하지 않고 매달 정기적으로 하천 청소를 하기로 했다.

 쏘가리는 5~6월이 산란기인데 이때는 조업을 금지하고 뱀장어 50cm이하도 잡으면 놓아 주기로 했다. 뱀장어, 치어를 방류하고 수질 보전을 위한 합동 단속도 어업계 회원이 하기로 했다. 매년 생태계교란어종 2만 톤 정도 퇴치한다.

 "사람들은 물고기를 잡아서 장사한다는 오해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각자가 섬강 지킴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생태계를 지키고 있는 환경운동가다"라고 말하는 한 회장.

 5월부터 11월까지는 주 2회 부부동반으로 하천 청소를 하고 장마철이 되면 섬강으로 떠내려오는 쓰레기를 처리한다. 몰래 강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얌체족의 뒷수습도 어업계 회원들의 몫이다. 강바닥 쓰레기는 잠수해서 꺼내기도 한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될 때는 끔찍할 정도로 쓰레기가 많았다. 불법어업 단속도 회원들이 한다.

 여름철이면 내수면 일대 투망, 폭발물 등 배터리를 이용해 불법어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로 밤이나 새벽에 하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아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어업계 회원에게 내수면은 내 집을 지키는 것과 같기 때문에 밤잠을 줄이면서 단속을 한다. 단속을 하다 보면 싸움이 붙기도 하고 전기 충격으로 목숨에 위협을 받기도 한다.

 불법어업 행위는 단순하게 물고기뿐 아니라 수서곤충까지 죽여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에 꼭 단절해야 할 숙제라는 게 한 회장의 주장이다.

 "불법어업 단속으로는 전국에서도 인정받고 있을 정도로 회원 모두 열심히 한다. 환경보전을 위한 일인데 벌금이 너무 적다. 아무리 지도 단속을 한다고 해도 버는 돈이 더 많다 보니 불법어업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환경 검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환경과 관련된 모든 불법 행위에 무서운 벌을 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야생동물 구조와 인명 구조 활동도 했다.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5년 전 흥업면 사제리에서 탈진한 수달을 집으로 데려와 보호해 주고 야생동물보호 기관에 데려다 줬는데 수달이 한 회장에게서 떠나지 않고 계속 안겨있으려 해서 관계자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며 놀란 적이 있다. 원주해양구조단을 만들어 간현유원지에 상주하며 여름에는 쉬는 날 없이 10년 이상 구조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열정적인 활동을 인정받아 지난해 제7회 수산인의 날 기념식에서 산업포장을 수상하고 2018년에는 해양수산부가 주최한 자율관리어업 우수공동체 선정대회에선 원주섬강어업계가 내수면 분야 최우수공동체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원주시가 해양수산부 공모사업인 '2020년 어촌뉴딜 300'에 선정된 것도 한 회장의 역할이 컸다.

 원주시와 섬강을 쏘가리 메카로 만들고 국내 내륙어촌 재생사업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 한 회장의 최대 목표다. 올해 사업에 착수해 2년 뒤 내수면 어업체험장, 수생식물원 수변 생태 체험장, 내수면 어획물저장·가공·판매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 회장은 "내수면은 미래산업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꼭 필요한 요소이다. 전국 최고의 메카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연남 시민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강원도 원주시 서원대로 158 5층(단계동)  |   등록연월일 : 2012년 04월 09일  |  등록번호: 강원 아 00125  |  사업자등록번호: 224-81-11892
발행인 : 심형규  |  편집인 : 오원집  |  대표전화 : 033)744-7114  |  팩스 : 033)747-99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원민
Copyright © 2021 원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