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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소년은 밤마다 초코우유가 든 젖병을 물고 잔다"

특별기획: 제도적 지원 필요한 여성장애인의 출산과 양육 박수희 기자l승인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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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장애인들은 자녀에 대해 높은 애정과 관심을 보이지만 양육 방법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성장기 자녀 교육은 발달 과정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성장과정마다 가장 효율적인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 여성 밑에서 성장한 자녀들은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애 자녀의 경우,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하면서 더 심한 장애를 앓게 되고, 비장애 자녀 역시 잘못된 식습관이나 비위생적인 집안 환경에 노출되면서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여성장애인의 자녀 양육을 그들의 책임으로만 바라봐야 할까? 여성 장애인들은 자녀에 대해 높은 애정과 관심도를 보이면서도 양육 방법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출산 후 양육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들 양육을 위한 지원책은 출산지원금 100만 원이 고작이다. 앞으로 지면에서는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장애인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현실적 어려움과 양육 지원의 필요성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①지적장애 여성 자녀 양육 사례
②장애 유형별 자녀 양육 사례
③성년기 자녀 양육 사례 및 대안

사례1. 중증 장애 자녀를 양육하는 지적 장애 부모
지적장애 1급인 14살 민수(가명)는 지적장애3급 어머니와 경계성 장애가 의심되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가 경제활동에 전념하면서 민수를 양육하는 일은 어머니의 몫이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어머니가 중증 장애 아동을 돌보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발달 과정에 맞춰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방임된 민수는 부모님마저도 통제하기 어려운 아이가 됐다. 

민수에게는 아직까지 유아기의 습관들이 남아있다. 지난해까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착용했던 민수는 학교 선생님의 도움으로 겨우 화장실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14살 소년은 밤마다 젖병을 물고 잔다. 어머니는 구강관리는 전혀 신경 쓰지 못하고 젖병에 초코우유를 넣어 주신다. 때문에 민수의 치아는 대부분이 썩어 치료가 시급한 상태다.  

▲ 매일 자기 전 젖병에 초코우유를 넣어 마시는 민수는 치아 우식증이 심각한 상태이다.

적절한 시기에 교육을 놓친 민수가 고집을 부리면 부모님도 통제하지 못할 때가 많다. 호기심이 많아 수많은 질문을 하지만 부모님께는 그 답을 듣지 못하는 민수는 집이 답답하다. 때문에 집을 종종 뛰쳐나가거나 외출 시 혼자 돌아다니다가 실종돼 경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동네에서도 어린 동생들의 장난감을 빼앗아 놀면서 아이들의 놀림감이 됐지만 어머니는 민수가 동생들과도 잘 어울린다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이와 전혀 놀아주지 않는다.

아버지 역시 아이가 밖으로 나가자고 하면 동행하지만 놀이방법을 몰라 혼자 집으로 돌아온다. 이럴 때면 민수는 아버지에게 폭력적인 행동으로 불만을 표출하는데 아버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민수를 피해 다니며 어머니도 아이 말리기에 소극적이다. 

민수의 사례를 살펴본 담당 사회복지사는 어릴 적 충분한 교육이 이뤄졌다면 중증 장애를 막을 수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다른 중증 장애인에 비해 민수는 비교적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시기 행동에 대한 통제와 자기 의사 표현 방식을 학습했더라면 지적장애 1급 판정까지는 피할 수 있었을 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이런 교육은 지적장애 3급을 가진 어머니가 혼자서 하기는 매우 힘들다.

한편, 원주시장애인지원센터는 부모님들이 민수를 가정에서 양육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민수의 단기보호시설 입소를 결정했다. 어머니 역시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기주간보호시설과 장애인가족 자조모임을 통해 외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민수네 가족은 각자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새롭게 배우며 다시 함께 살날을 기약하고 있다. 

사례2. 장애 부모 아래에서 방치된 비장애 자녀
승재(가명)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지적장애 3급인 어머니와 여동생을 부양해야 한다는 걱정과 책임감에 스트레스가 늘었다. 그는 10대의 어린 나이에 여러 가지 성인병을 앓고 있다. 요리를 하지 못하는 어머니가 외부 음식으로 식사를 챙기면서 건강한 식습관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탄산음료를 즐기는데 하루 1.8ℓ짜리 콜라를 2~3병 씩 마신다. 

지속적인 영양 불균형으로 승재와 여동생 모두 비만이며, 승재의 경우 고혈압, 통풍, 당뇨 등으로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 중이다. 다행히 장애를 갖진 않았지만, 양육 시기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 승재는 건강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집 내부 정리정돈도 시급하다. 승재 방을 제외하고 거실, 주방, 안방 등은 전혀 정리가 되지 않은 채로 지내고 있다. 얼마 전부터 안 입는 옷을 버리고 있지만 스스로 집안을 정리하는 것은 어머니에게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승재는 답답한 마음을 밤이 새도록 게임을 하며 풀고 있다. 게임 중독 증세로 몇 년 전부터 기관을 통해 치료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스스로 게임에 너무 몰입한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지만 다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자는 제안은 거절했다.

승재는 병원을 가는 날이 아니면 집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성인병 진단 이후 하루 한 번 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나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약은 제 시간마다 착실히 복용하지만 식단 조절에 어려움을 느낀다. 어머니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이를 기대하기를 어렵다. 등교를 거부하며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나타내고, 어머니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했지만, 상담을 통해 개선했으며, 올해 고등학교에도 무사히 진학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울증이 급격히 악화되며 환청에도 시달리고 있다. 양육에 어려움을 느끼지만 자녀들에 대한 관심이 많고, 특히 요리를 직접 배워서 아이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때로는 자녀들을 과잉보호하는 태도를 보이며, 아이들과 함께 살기 위한 강한 의지를 보인다.

여동생은 지적장애 외에도 조울증, 뇌병변, 야뇨증으로 약을 복용 중이다. 일반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특수학교로 전학가기를 희망한다. 특별히 외출하거나 나가는 경우는 없지만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는 모습을 자주 보여 교육했는데 개선되지 않고 있다. 승재는 청소년기에 접어든 여동생이 낯선 이를 따라가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원주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는 가족 모두 크고 작은 병을 앓고 있는 승재 가족을 위해 장애인주치의 제도에 등록한 후 두 자녀에게는 비만 관리를 의뢰했다. 어머니는 요리교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정리정돈 전문가를 통한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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