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생 사태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2001년 마을에서 500m 떨어진 곳에 비료공장이 들어선 이후, 2017년까지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린 것. 이 중 14명은 숨을 거두었다. 

이 마을의 암 표준화 발생비는 전국 대비 2.05배나 높았는데, 정부는 암 발병 원인이 해당 공장에서 배출한 유해물질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 원주에서도 유해 시설에 대한 주민 반발은 심각한 수준이다.

흥업면 사제리는 1천200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임에도 공공하수처리장, 폐기물종합처리장, 쓰레기 매립시설, SRF자원화시설, 재활용선별시설, 침출수처리시설,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 환경업체, 폐차장 등이 들어서 있다. 몇 해 전에는 소형 SRF연료화 시설까지 들어서려 해 집단 민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같은 주민 기피 시설이 농촌에 들어서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농촌공간계획을 세워 난개발을 막고 농촌다움을 회복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 농촌공간계획이란 농촌의 계획적 관리를 통해 자원과 환경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농촌 시·군과 그에 속한 읍·면이 대상으로 농촌지역의 생활권, 경제권, 환경권 등이 모두 공간계획에 포함된다. 공간계획엔 ▷꼭 보전해야 할 공간관리에 관한 내용 ▷시설 설치를 통해 활성화를 도모해야 할 사업 ▷주민 역할에 관한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촌에 공장, 축사, 재생에너지 시설이 난립해 생활환경이 열악해지고 농촌다움이 퇴색되고 있다"며 "농촌의 계획입지를 통해 난개발 방지, 주거환경 개선, 효율적 공간관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에 농촌협약(2020년 6월 29일자 1면 보도)을 체결하는 지자체부터 농촌공간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원주시도 내년 4월까지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주민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산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는 관리지역에 속한 곳이면 농지라 할지라도 112개나 되는 개발행위를 할 수 있다. 태양광시설이나 축사, 심지어는 공장(창고)을 지어도 큰 제재를 받지 않지만, 농촌공간계획이 수립되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

재산 가치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어서 지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원주시 관계자는 "농촌협약을 맺은 곳이 9개 시군에 불과해 실제로 규제가 적용될지는 미지수"라면서도 "만에 하나 법 규정이 강화되면 그에 따라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