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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원지구대 이창근 경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찡그림" 서연남 시민기자l승인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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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의 찡그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표정입니다."

 대한적십자사 헌혈 카피다. 20년째 헌혈을 하고 있는 원주경찰서 북원지구대 이창근(40) 경위에게 헌혈의 의미를 묻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한 말이다. 그의 첫 헌혈은 스무 살에 군에 부사관으로 입대 했을 때 부대 대원 전체가 하는 헌혈이었다. 선택의 여지 없이 한 헌혈이었다.

 어떤 느낌이었는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조차 기억 나지 않는다. 이후 휴가를 나와 동서울터미널에 갔는데 약속 시각까지 시간이 꽤 남았었다. 오락실도 있고 갈 곳은 많았지만, 터미널 앞에 있는 헌혈의 집이 눈에 띄었다. 어차피 시간 보낼 거 헌혈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두 번 한 헌혈 횟수가 쌓이며 목표가 생겼다. 30회를 하는 것이었다.

 부사관을 그만두고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는데 헌혈 30회를 한 것이 면접이나 서류 심사에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부끄러운 이유이긴 하지만 덕분인지 경찰에 합격했다"며 쑥쓰러운 듯 웃는 이 경위. 상지대를 다니며 늘 학교에 있는 헌혈의 집을 본 그는 이후에도 계속 찾았다.

 잠시 헌혈을 못 한 적이 있다. 경찰 첫 근무지가 경기도 남양주였는데 헌혈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결국 남양주 인근인 구리시까지 가야 했다. 하지만 왕복 버스 이동 2시간에 헌혈까지 하고 나면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다니며 하기가 쉽지 않았다.

 "쉬는 날 가야 하는 건데 왕복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못 가겠더라. 원주는 군부대와 대학이 많아서인지 헌혈할 곳이 세 곳이나 된다. 우선은 가까워야 하는데 찾아다녀야 하니 쉽지 않았다"며 "원주로 온 이후로는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좋다"고 했다.

 헌혈은 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헌혈하기 전 혈압, 맥박은 물론, 헌혈하기에 충분한 혈액이 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지혈과 혈액 응고에 꼭 필요한 혈소판 수치도 중요하다. 헌혈자를 보호하기 위해 연간 헌혈 가능 횟수도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전혈은 5회로 제한돼 있다. 시간은 20분 정도 걸리고 헌혈한 날로부터 2달 뒤 할 수 있다.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성분헌혈은 혈소판, 혈장 등으로 나누어지며 2주 뒤 할 수 있다. 이 경위는 전혈 31회, 성분헌혈 134회를 했다.

 주변에서 헌혈을 자주 하는 것을 알다 보니 '급한 사정'이 생겼을 때 찾는 사람도 많다. 주로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보다는 주변 지인을 돕기 위해 헌혈 증서를 준 적이 많다.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됐다는 자기만족만으로도 이 경위는 늘 행복하다. 헌혈을 하는 아들과 남편을 바라보는 가족 마음은 어떨까.

 처음에는 가족들이 헌혈이 몸에 좋지 않다는 오해 때문에 반대를 했었다. 특히 사스, 신종플루 등 전염병이 확산하면서 불안감은 커갔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헌혈을 하고 나면 행복해하는 이 경위를 보며 가족들도 바뀌었다. 누나, 아내도 헌혈하러 몇 번 같이 갔었지만 기초검사에서 불합격 받아서 하지 못했다. 현재 같이 근무하고 있는 동료 경찰관도 이 경위와 헌혈을 같이 하고 있다. 일부러 사람들에게 헌혈하라고 권유하지는 않지만 이제 주변 사람들은 그가 헌혈을 자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헌혈 하면 주는 선물은 꼭 챙겨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주로 휴대용 손톱깎이나 세면도구, 카드형 지갑인데 구태여 헌혈 하라고 말하지 않지만 나름 홍보 활동을 하는 것이다.

 헌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건강관리는 필수다. 4년 전까지만 해도 98kg였지만 술, 담배를 끊고 꾸준히 운동해 20kg을 감량했다.

 "언제인가 헌혈했는데 팔에 멍이 심하게 들고 몹시 뻐근했던 적이 있다.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살면서 내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은 너무 큰 기쁨이다"라며 "건강 관리를 잘해서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 헌혈은 그에게 뗄 수 없는 운명이 됐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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