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말마을 세월교. 원주시는 이달 행정대집행을 통해 이를 철거할 계획이다.

원주시 "불법 구조물…홍수위 상승 ·안전사고 우려"
주민들 "육지 속 섬마을 유일한 교량" 강력 반발

지정면 점말마을에 놓인 세월교가 강제 철거된다. 이달 말 원주시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불법구조물을 해체할 계획인 것. 지정면 소재지로 향하는 유일한 교량이라 주민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점말마을은 섬강에 둘러싸여 육지 속 섬마을로 불린다. 이 때문에 3년 전만 해도 시내에 볼일을 보려면 보트를 타고 강을 건너야 했다. 장마로 인해 수위가 높아지거나 겨울철 강이 얼면 이도 불가능했다.

주민들은 불편을 참지 못해 2017년 세월교를 설치했다. 강에 흉관을 놓고 콘크리트를 부어 임의로 다리를 만들었던 것.

그러나 세월교를 설치하면서 홍수위가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자 원주시는 원상복구명령을 내렸다. 이러한 행정 명령을 내린 배경에는 세월교가 불법구조물이었던 탓도 있었다. 점말 주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2018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지난해 말 대법원이 주민들의 상고 신청을 기각하면서 종료됐다. 원주시는 대법원 결정을 토대로 행정대집행 결정을 내렸다. 원주시 관계자는 "다리를 통행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책임을 원주시가 져야 한다"며 "재작년에도 주민이 다리를 건너다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원주시 방침이 전해지자 주민들은 죽음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로부터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받았음에도 원주시가 다리 하나 놔준 적이 없는데, 주민 자비로 설치한 교량을 부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점말마을 주민 대표 주광종 씨는 "사람들이 참다못해 돈을 걷어 다리를 설치한 것"이라며 "이 문제로 마을 회의를 했는데 끝까지 막겠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고립문제 해결 요원…시간 끌수록 문제만 키워
지난 4월 원주시가 주최한 '점말마을 재해위험 사업설명회'에선 고립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3가지가 거론됐다. 하나는 주민 전체를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들이 요구한 2차선 교량 설치였다.

나머지는 소금산과 같이 출렁다리를 놓는 방안이다. 주민 이주는 주민들이 생각하는 이주비용과 원주시 감정가와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2차선 교량 설치는 100억 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여 예산확보가 어렵다. 출렁다리를 놓는 것도 안전은 물론 관리 문제가 뒤따른다. 사실상 세 가지 안 모두 추진이 어려운 상태이다.

주민들은 출렁다리 대신 사람들이 교행할 수 있는 교량 설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도 진입로 보상 문제로 추진이 쉽지 않다고 원주시 관계자는 전했다.

지정면 한 주민은 "행정대집행이 시작되면 시 공무원과 주민 간 충돌이 크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원주시가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으면 더 큰 문제로 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