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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포시 얼굴 내민 봄나물 캐며…

나물을 캐면서 나 또한 이 세상에서 나름대로의 맛과 향기로서 존재해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싱그럽고 따사로운 봄날 아침이다. 김지운 원주문인협회 회원l승인2020.05.18l수정2020.05.1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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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늘한 바람이 대지에 불어오고 저 멀리서 봄이 손 흔들며 다가오면 겨우내 쉬고 있던 땅에 냉이가 얼굴을 내민다. 기나긴 겨울 동안 따사로운 봄볕 그리웠던 아낙네들은 바구니 옆에 끼고 들판으로 나아가 냉이를 캐며 흙 내음을 맡아본다. 꽃샘추위 속에서도 온몸으로 습기 다 빨아들이며 싹을 틔운 그 모습이 경이롭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함께 과수원으로 나물을 캐러 갔던 일이 생각난다. 그 시절 나물을 많이 캐지 못했던 날에도 따사로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가며 봄이 왔다면서 무척 설렜었다.

 그때가 그리워서 오십이 넘은 중년에도 봄 들판을 서성거려본다. 나물의 씨앗들은 지난해 겨울바람에 실려 삼천리 금수강산이 모두 자기 땅 인양 어디든 날아가 들판이나 바위 틈새까지 한 줌 흙만 있으면 뿌리를 내렸다.

 삼월, 봄비가 자주 내리고, 봄바람이 심술을 부릴 때 나물들은 땅 위로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며 봄을 알린다.

 나물은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나 누구든지 부지런하기만 하면 얻을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 아닐까? 쑥, 망초나물, 민들레, 고들빼기, 씀바귀, 돌미나리, 눈개승마, 산깻잎, 고사리, 고비, 다래순, 취나물, 둥글레, 곤드레, 두릅 등 내가 알고 있는 나물 외에도 우리 민족은 많은 종류의 나물을 자연에서 거두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자연과 하나 되는 삶을 살았다. 

 4월 중순에서 5월 중순까지는 우리나라 들과 산에는 나물 수확의 황금기가 된다. 나물을 뜯고 캐면서 아낙네들은 수다를 떨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연스레 봄을 노래한다. 요즘에는 중금속에 오염된 나물들이 많아 깊은 산 속이나 묵정밭에서 나물을 캐어야만 안전한 먹거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봄 한철 나물을 뜯을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갖는다는 것은 분주한 세상 속에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봄철 그 시기에 거둘 수 있는 나물은 그 시기에 맞추어 부지런히 거두어야 한다. 봄이 되어 온몸이 노곤한 가족들을 위해 바쁜 손 움직여 수확한 나물들은 주부의 손길을 통해 춘곤증을 멀리 도망가게 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수고한 만큼만 거둘 수 있도록 허락하였다. 나물을 거둘 때는 요행이나 기적을 기대해서는 절대 안 된다. 하나 둘 차곡차곡 거두어들인 나물이 바구니에 가득 채워질 때까지 성실하게 뜯어야 한다. 등 뒤로 따사로운 햇살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채취하면 어느새 허기가 진다. 다 담아갈 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남겨놓고 가는 것은 양보의 아름다움 아닐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느새 민들레 홀씨가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저 멀리 홀씨가 바람 타고 여행을 하다 머문 곳에는 내년 봄에 다시 민들레가 피어날 것이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견뎌내고, 비가 오면 빗물을 온몸으로 받아 마시며 봄 햇살에 조금씩 성장하여 온 세상 사람들의 좋은 먹거리가 되는 나물을 바라본다.

 대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그 모습이 대견하다. 또한, 자신만의 독특한 맛과 향기로 사람에게 좋은 음식으로 약으로 쓰임을 받는다. 나물을 캐면서 나 또한 이 세상에서 나름대로의 맛과 향기로서 존재해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싱그럽고 따사로운 봄날 아침이다.


김지운 원주문인협회 회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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