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습니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미덕인 세상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잖아요. 국내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불과 100여 일만에 벌어진 현상입니다.

 지구상에서 감염자가 0명이 돼야만 종식을 선언할 수 있다니 암담합니다. 백신 또는 치료제 개발까지 10년 넘게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면서 그야말로 재앙이란 무시무시한 터널을 불빛도 없이 헤집고 걸어가는 기분입니다.

 그러나 어둠이 있으면 빛도 있는 법입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것 중에는 자연스러운 환경 정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코로나19 발생 전과 발생 후의 대기 환경을 비교한 사진을 뉴스에서 봤습니다. 깜짝 놀랄 만큼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대기 오염을 발생시키는 공장이 멈추고, 비행기가 발이 묶이고, 집 밖 외출이 통제되니 자연이 스스로 정화작용을 일으킨 것입니다. 고농도의 미세먼지로 고통스러워하던 연초를 올해는 큰 탈 없이 보낸 것도 코로나19 덕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 통제로 인간의 왕래가 사라진 도심 거리를 동물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외국의 사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동물들이 "이곳은 원래 우리가 뛰놀던 우리들의 터전이었잖아"라고 시위하는 것 같았습니다. 인간이 침입자인 셈이니 동물들의 시위에 대꾸할 말을 찾을 수 없네요.

 눈여겨본 원주의 도심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시야를 짜증나게 만들던 불법 현수막이 사라진 겁니다. 불법 현수막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애교 수준으로 붙어있는 정도입니다.

 지난 4.15 총선을 치르며 거리를 도배하던 선거 현수막이 일시에 사라지면서 효과는 더욱 극명해졌습니다. 맑은 대기질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던 불법 현수막마저 사라지니 도심이 산뜻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불법 현수막이 사라진 건 역설적입니다. 불법 현수막을 걸면서까지 홍보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업종을 찾기가 어려운 게지요. 불법 현수막의 대표 주자였던 유흥주점이 코로나19 국면에서는 매출이 가장 하락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아파트 분양을 위한 불법 현수막도 요즘엔 소용이 없지요.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현상이긴 하지만 말끔해진 도심 환경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는 목표의식을 갖게 합니다.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던 대기질 개선도 실현 가능한 일이 됐지 않습니까? 불법 현수막은 단기적인 현상일 수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에도 지금과 같이 깨끗한 도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법으로 현수막을 걸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합니다.

 이미 말끔한 도심 환경을 맛본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 과거로 회귀하게 된다면 너무 우울할 것 같습니다.
 

 

김도현(반곡관설동)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