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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철 원주 백운한시회장

원주에 대한 고마움 한시로 읊었다 서연남 시민기자l승인2020.01.06l수정2020.01.0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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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보다는 우리, 우리보다는 원주가 삶의 우선 순위였다는 한상철(82) 원주 백운한시회장. 한시(漢詩)를 배우게 된 것은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일이다. 우리나라 통일이 곧 중국 경제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문학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원주시장으로 있던 1998년부터 2002년 중국 자치단체와 교류를 추진하면서 느꼈던 한자문화권의 철학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자유인이 되면서 주민자치센터에서 중국어를 공부했다. 하면할수록 재밌었다. 깊이 있게 배우고 싶어 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편입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강원대 대학원에서 각각 석·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다시 대학생이 됐다. 한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울림이 지속됐다. 특히 중국의 시인 도연명이 41살 때 관직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마음을 운문으로 쓴 '귀거래사'는 자신의 이야기처럼 오래도록 머물렀다.

 2년 동안 정말 낮밤 없이 공부했다. 졸업할 때는 평균 A학점(91점)으로 우등상, 평생교육상 등을 받았다. 졸업 하자마자 한시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갔지만 한 회장의 욕구를 채우기엔 부족했다. 방법을 고민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같이 공부하자고 권유했고 10여 명의 문인을 모아 2016년 3월 원주백운한시회를 창립했다.
 

 한시는 한문을 많이 안다고 해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법에 많은 제한이 있다. 먼저 운을 잡아야 하는데 쓰려는 작품을 생각하면서 그 시상에 맞는 한 글자를 찾아야 한다. 이 운에 따라 작품을 써야하고 운에 따라 행을 적어야 한다. 운자를 잡아도 각 행을 두자나 세자씩 성조를 맞추어 작성해야 한다. 사상과 감정을 절제해야 하고 기승전결이 명확해야 한다.
 

 "정말 한시에 푹 빠져 살았다. 하루 한 수 이상 지었고 읽고 또 읽고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그래도 지치지 않았다. 재밌었다."
 

 1년간 한시에 푹 빠져 살았던 한 회장은 이듬해인 2017년 한시로 노래한 '원주팔경'을 출간했다. '원주팔경'에서는 구룡사, 강원감영, 상원사, 영원산성 등이 한시로 다시 태어났다. 수차례 갔던 곳이지만 한시를 짓기 위해 다시 찾아가 오래도록 머무르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쓰고 다시 쓰고 그렇게 탄생한 한시는 한 회장에게는 보물처럼 소중하다. 원주팔경 출간 이후 다시 1년간 정철이 노래한 섬강을 찾았다. 섬강 10경인 칠봉, 월송리 호암, 간현 소금산, 반계리 은행나무 등을 한시로 표현했다. 이 중 한 회장이 가장 절경이라고 손꼽은 곳은 월송리 호암이다.

 마당처럼 평평한 마당바위와 호암골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멋스럽다고 했다. 에피소드를 묻자 벌에 쏘였던 기억을 떠올렸다. 말벌에 쏘여 몇날 며칠을 고생했던 때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관선시장과 민선 시장을 거쳐 어디가나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던 한 회장. 한시, 서예, 문인화를 배우는 과정이 불편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논어에 세 사람이 같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누구에게라도 배우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며 잘라 말했다.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습관이 한시를 짓는데 많은 영감을 줬다.
 

 지난해 연말 치악예술관에서 열린 '원주찬가 삼산 한상철전'에서는 시와 비슷한 운문으로, 당 중엽에 민간에서 발생해 송대에 가장 번성했던 문학 양식인 사(辭)로 한시를 지었다. 한시를 짓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70여 점의 작품을 전시했는데 전시회를 찾는 사람마다 색다름에 감탄했다.

 서예, 사, 문인화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전시회를 찾은 시민들은 미처 알지 못한 원주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시간을 가졌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돌아갔다. 새벽부터 일어나 수십 번 쓴 작품들이다. '치악산은 푸르러라'라는 작품은 100번 이상 썼다. 올해는 치악10경을 중심으로 쓴 글을 모아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한시를 통해 원주의 아름다움을 남길 수 있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그는 "원주가 인문학적 역사성을 기반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여든이 넘었지만 아직도 매일 동네 뒷산을 오르며 운동과 독서를 열심히 하는 한 회장. 새해 계획을 물었다. 원주의 절경을 모두 썼으니 이제는 강원도를 한시에 담을 계획이다. 한 회장은 "문학으로 원주와 강원도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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