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고향 원주에 자랑스러운 것 몇 가지를 들라면 우선 군사도시라는 별명에서 벗어나 7개의 대학(강릉원주대, 상지대, 상지영서대, 연세대, 한라대, 연대의대, 폴리텍대)이 있는 문화 교육도시라는 것이 하나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운동이 가장 활발해 전국각지에서 일 년에도 수 천 명씩 '협동조합운동'을 배우러 온다는 사실이 두 번째입니다.

 세 번째는 매년 150여명 이상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7일간의 긴 시간동안 자신이 살고 있는 땅을 발로 밟으며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체험하는  원주사랑걷기대행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05년 제1회를 시작으로 올해 15회 차를 맞는 원주사랑걷기 대행진은 그간 연인원 1천500명 이상의 참가자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희노애락의 사연과 희극적 에피소드가 넘치는 다이내믹한 도보행진이라고 기억이 됩니다. 필자는 제3회 차 2008년에 처음 이 행사와 인연을 맺어 거의 매년 단원들을 인솔했던 대장과 단장으로 걸었습니다. 이듬해 다시 만나 정겨운 얼굴, 처음 참가해 반가운 새내기 단원들과 함께한 지난 세월이 오래된 흑백 영화필름처럼 뇌리를 스쳐지나갑니다. 
 

 당시에는 7일간 매일 30㎞ 이상을 걸어 전 일정 500리(200㎞)를 폭염과 갈증, 고통, 부상과 싸우며 걸어야하는 그야말로 군사적 목적의 극기훈련 이상의 철인여정이었습니다. 심지어 5일차에는 소초 구룡사 또는 신림 상원사에서 반대방향으로 치악산을 종주하는 지옥코스(평상시 많이 걷지 않던 사람에게는)를 견디며 발톱이 서너 개씩 빠져 하산 후 운동화를 벗을 때면 피범벅이 된 발을 보고 울다가 웃던 여성 단원과 이 단원들을 업어서 마지막 골인지점을 통과했던 기억들, 그리고 그 얼굴들이 아직 또렷이 떠오릅니다.

 6일차 저녁에는 그간의 피로와 고된 여정을 상훈으로 여기며 단원전체가 한마음이 되어 완보축하기념 전야축제를 열어 일주일간 보지 못했던 가족, 친구, 친척들과 어우러져 밤이 늦도록 모닥불을 키우며 노래와 춤과 끼를 마음껏 발휘하는 우정의 시간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비록 물집 잡혔던 발바닥부터 모기나 벌에 물리고 풀잎에 쓸려 부상의 흔적이 남았지만 한껏 단단해진 장딴지와 날씬해진 허리를 스스로 느끼며 자부심을 갖고 진한 아쉬움으로 작별의 포옹을 했던 해단식이 지금도 아련히 떠오르곤 합니다.
 

 이제는 '극기를 통한 고난의 행군'이라는 형식보다는 일상에 찌든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하며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얻는 '도보여행' 형태의 여름힐링캠프로 업그레이드한 지 3년이 되었습니다. 그간은 어른과 청소년들이 함께 걸었는데 좋은 점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세대 간의 상이한 문화와 자녀 같은 젊은 층에 대한 부담이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올해부터 청소년을 위한 '국토순례행사'가 새로 생겨 8월 10일부터 따로 열리게 되어 이번 '대행진'은 어른들 만을 위한 자유롭고 공감과 소통이 넘치는 진정한 휴가요, 체력단련 기간이며 힐링타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하루 20여km의 걷기여정은 원주에서 가장 걷기 좋은 환경을 갖춘 코스를 선택했고 대형을 갖추지 않고 걸어도 좋은 임도와 제방. 산길, 마을길 등 안전한 길들을 연결하였습니다.

 또한 오후5시 이전에 숙소에 도착해 개인정비를 할 시간을 갖고 나서는 국제자격을 가진 홍선숙 전문 강사의 요가강의, 걷기지도자의 바른 걷기강의, 산티아고를 비롯한 세계 유명 걷기 길과 도보여행 소개, 강원도한의사회 의료봉사단의 한방진료 및 치료, 느리게 가는 편지쓰기, 장기자랑을 포함한 완보전야 캠프파이어 축제 등 인문, 문학, 예술 등 여러 장르에 걸친 문화체험도 함께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매년 마지막 단장의 역할이기를 기대하며 지나온 것처럼 올해로 명예로운 제대(?)를 꿈꾸며, 매순간 전 단원의 안전하고 즐거운 걷기행사가 되도록 긴장하며 인솔하겠습니다. 중복에서 말복사이의 여름철 가장 더운 기간에 떠나는 이 행진단이 기온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모든 어려움과 고단함을 이기고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몸과 마음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로 시작하려합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부부가, 외삼촌과 조카가, 친구끼리 참가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한 연습 삼아, 건강을 회복하려고, 자신의 의지를 시험하며 나쁜 생활습관을 고쳐보려는 각기 다른 목적으로 모인 다양한 단원들 모두가 이 한 주간만큼은 한여름 염천의 용광로에 녹아들어가 마침내 인간승리라는 새로운 철탑을 함께 세우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힘차게 출발합니다~!!

최종남 원주시걷기협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