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는 상사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을 극적으로 표현하였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사실 우리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은 영화보다 더 극적일 뿐만 아니라 그 강도가 심한 경우가 많은데,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의 간호사 사회의 '태움 문화'는 이미 몇 명의 간호사들을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화 된 상태입니다.
 

 이번달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이 시행되었으며 많은 언론들이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과 사례를 보도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고 향후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을 주는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 담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은 상당한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의무로서 괴롭힘 신고가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조사와 피해자의 보호조치, 가해자에 대한 징계조치 부과 의무를 규정하면서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벌칙 조항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의 주요 가해자가 사용자라는 점은 현실을 감안할 때 괴롭힘 금지 의무에 대한 불이행에 대한 벌칙 조항이 없는 것은 가해자가 사용자인 경우 사실상 해당 조항들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또한, 개정 근로기준법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데 전체 사업장 중 5인 미만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60%를 넘는 현실과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해고가 자유롭다는 점을 동시에 고려한다면  현실에서의 실효성은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은 정당해보입니다.
 

 최소한 성희롱 예방 의무 조항의 경우 사용자에게 정기적인 교육과 성희롱 예방 조치 의무 미이행에 따른 각종 처벌규정을 두어 그나마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향후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 또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 보완조치가 조속한 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유민 노무법인 이우대표 공인노무사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