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조례 제정, 정부사업 수주 등 올해 사회적경제 육성 인프라 잇따라 구축

원주 사회적경제 육성 기반 확충
올해를 기점으로 원주 사회적경제 저변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사업의 잇따른 수주로 각종 사회적경제 인프라가 구축되기 때문. 지난 12일엔 원주시 사회적경제 기본 조례가 공포돼 지자체 차원의 독자적인 사회적경제 육성책도 추진된다.

지역 사회적기업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 사회적경제의 파이가 한층 커질 것"이라며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지역 사회적기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따르면 원주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정부 지원 없이 운영이 어려운 상태이다. 순수 영업활동만 놓고 보면 모든 기업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

기업 자체가 영세한 측면도 있지만 유통이나 판로지원 같은 인프라 지원 조직이 부족한 이유가 크다. 정부 사업들이 추진되면 사회적경제 조직의 경영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올해 원주에서 추진되는 정부의 사회적경제 지원 사업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해 보았다.

▲ 지난 12일 원주시 사회적경제 기본조례가 시행됐다. 2010년에 제정한 원주시 사회적기업 육성에 관한 조례와 2013년 제정한 원주시 협동조합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합한 개념이다.

사회적경제 기본 조례 공포
지난 12일 원주시 사회적경제 기본조례가 시행됐다. 2010년에 제정한 원주시 사회적기업 육성에 관한 조례와 2013년 제정한 원주시 협동조합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합한 개념이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에 이르는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 목적이다. 조례의 핵심은 사회적경제 육성지원 계획 수립과 이를 추진하기 위한 육성위원회 설치이다. 원주시장이 5년마다 육성지원계획을 수립해 사회적경제 조직의 자율적인 활동을 촉진하고 원주시가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육성지원계획에는 ▷사회적경제 육성을 위한 비전과 전략 ▷사회적경제 조직의 설립 및 운영 지원 ▷사회적경제 수요조사 및 육성 기반조성 ▷사회적경제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사회적경제 조직과 관련기관·단체 등과의 협력 ▷재정확보, 인력양성, 홍보에 관한 지원 ▷사회적경제 조직의 판로, 시설지원에 관한 사항이 명시되어 있다.

원주시 사회적경제 기본 조례, 5년마다 육성 계획 수립
육성위원회 설치해 지원 원주시장 육성 의무 명시

조례가 시행됨으로 인해 원주시장은 사회적경제 육성지원계획에 따른 연도별 시행계획을 매년 수립·시행해야 한다. 원주시는 전문업체에 용역을 시행해 원주시 사회적경제 장·단기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경제 육성위원회도 구성된다.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지역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전문가가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위원회가 구성되면 사회적경제 조직 발굴, 지정, 육성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다루게 된다.

지금까지는 원주시 사회적기업 육성에 관한 조례나 협동조합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형식적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원주시 사회적경제 기본조례는 원주시장이 지역 사회적경제 활성화와 이를 위한 지원 시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고 의무화했다.

▲ 올해 상지대 대학원에 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가 조성될 예정이다.

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 확정
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는 창업보육센터와 비슷한 개념이다. 예비사회적기업인이 지자체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는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사회적기업가를 발굴·육성하는 일을 해왔다.

하지만 이들의 대다수가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에 실패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까다로운 사회적기업 인증 절차는 물론 사업 자금력이 부족한 창업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성장·유통지원센터 혁신도시·상지대에 유치,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하고 물류센터 구축해 영업 지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각 광역자치단체에 한 곳씩 성장지원센터를 조성해 이를 극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주시는 이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으로부터 사회적경제 성장지원센터 조성 확정 통보를 받았다.

상지대 대학원 건물 1~2층에 성장지원센터가 조성된다. 1층은 공유오피스 개념으로, 2층은 창업준비팀의 개별 공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해마다 35개 내외의 사회적기업가를 육성하는데 이들을 위한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한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복권기금을 활용해 2017년부터 서울, 부산, 전주, 성남, 대구, 대전에 성장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서울, 부산, 전주성장지원센터의 경우 개소 후 1년 동안 163개 기업이 입주했다.

이들은 입주 전과 비교해 84%의 고용인원 증가, 46% 매출신장 등의 성과를 보였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경제 성장지원센터 시설비로 3억 원을, 매년 운영비로 1억8천만 원을 원주에 지원하기로 했다. 오는 6월 위탁업체를 공모해 업체가 선정되면 본격 운영에 돌입한다.

▲ 강원만찬 도시락. 사회적경제 유통지원센터 유치가 사실상 확정됐다. 센터가 완공되면 농수축산물이나 그 가공품, 사회적경제 제품을 센터에 보관해 주문 수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유통지원센터 유치 가능성 높아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사회적경제 유통지원센터 유치도 확실시되는 분위기이다. 성장지원센터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광역권에 하나씩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강원도는 원주시를 단독 후보지로 유통지원센터 유치를 신청했다.

이달 말 정부가 사업대상지를 발표하는데 원주시를 비롯한 지역 사회적 경제기관은 유통지원센터 유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교통인프라가 뛰어나 도내 시군들과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혁신도시 공공기관과의 사업 확장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지난 15일 사회적경제 유통지원센터 심사에서 원주의 교통 인프라나 혁신도시 공공기관과의 협력 가능성을 정부 심사위원들이 높게 평가했다"며 "이변이 없는 한 유통지원센터 유치는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유통지원센터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판로와 교육 마케팅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유통지원센터를 통해 사회적경제 제품 홍보와 판매는 물론 소통의 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숙원 사업인 물류센터 역할을 맡게 된다.

도내에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활용 가능한 물류센터가 없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제품 구매를 주문해도 바로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뒤따르고 있다. 지역 사회적기업 관계자는 "사회적기업 대부분이 영세하기 때문에 주문이 들어오면 그 때 상품을 제작한다"며 "명절과 같은 대목엔 소비자 수요에 맞는 대응이 어려운데 유통지원센터가 건립되면 대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지원센터는 원주혁신도시 내 육아종합지원센터 내에 설치될 예정이다. 원주시는 육아종합지원센터 이용객이나 주변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지역 사회적경제 제품을 애용할 수 있도록 공연이나 이벤트 등도 준비할 계획이다.

내년 사회적기업 등록제 시행
고용노동부는 올해 하반기 사회적기업 등록제 전환을 위한 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현재 시행하는 사회적기업 인증제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 이에 고용노동부는 인증제 틀로 짜여 있는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등록제 틀로 바꾸는 개정안을 하반기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사회적기업 등록제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등록 신청만하면 사회적기업 지위를 받을 수 있다. 사회적기업은 정부·지자체로부터 인건비나 사업비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공공기관으로부터 사회적기업 제품 우선 구매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사회서비스 업체가 주로 인증을 받아왔다"며 "등록제가 시행되면 제조업 등도 사회적기업에 진입하기가 용이해져 지역 사회적경제의 파이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등록제 전환, 인증제 폐지해 창업 진입장벽↓
사회적기업 지위 획득 용이…깡통기업 속출에 대비 필요

하지만 등록제로 인한 부작용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고제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처럼 설립만 해놓고 운영은 하지 않는 깡통업체가 속출할 수 있기 때문. 정부나 지자체 지원을 노리고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원주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꼭 필요한 곳에 예산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며 "신생 사회적기업들이 사회적가치를 잘 구현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말 현재 원주엔 27개 예비사회적기업과 24개 인증사회적기업, 11개 마을기업, 128개 협동조합, 3개 자활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