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초면 장양2리, 수암1리 주민들은 지난 11일 태양광발전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태양광발전시설로 원주가 몸살을 앓고 있다. 무분별한 건립을 막기 위해 원주시는 지난해 조례를 개정했으나 이전 신청 사업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여전히 주민들과 업체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소초면 장양2리 주민들과 수암1리 주민들은 태양광발전시설 건립을 저지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장양2리와 수암1리 일대 2만6천440㎡ 부지에 들어서는 태양광발전시설은 999㎾ 규모 2기가 설치된다. 

작년 11월 20일 원주시의 최종 허가에 따라 업체는 지난 달 말부터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마을에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 사업 취소를 주장하고 나섰다.

오석근 수암1리 이장은 "업체 측에서는 사업을 신청하고 허가를 받는 동안 주민들에게 사업에 대해 전혀 알리지 않았다"며 "발전소 허가 시, 주민동의가 필수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 몰래 추진하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발전소가 들어서는 곳은 장양2리와 수암1리가 맞닿은 곳으로 마을 중심이다. 부지 주변 대부분이 농지로 둘러 쌓여 있어 주민들은 공사현장 흙먼지로 인한 과수 농사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가깝게는 태양광발전시설 부지에서 10m 남짓 거리에 복숭아 농가가 위치하고 있다.

원주시는 태양광발전시설 건립으로 인한 주민들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7월 태양광발전시설 개발행위허가 기준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원주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르면 왕복 2차로 이상 포장된 도로에서 직선거리 200m 내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시설 부지 경계로부터 인접 주택과 최소 50m, 10호 이상 주택과는 200m 이격거리를 두어야 하며, 입목축적 12% 이하인 토지일 경우만 허가하도록 했다.
하지만 조례 개정 이전 신청 사업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이전 신청 사업은 해당 기준을 따르지 않고도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소초면에 들어서는 태양광발전시설의 경우도 조례가 개정되기 직전에 사업을 신청해 개정된 조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주민들은 "마을 가구와 발전소가 직선거리로 200m도 안 되지만 조례 개정 이전에 사업을 신청해 버젓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례가 개정됐다고 하지만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업체측에서는 경제적 보상을 제안했으나 주민들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발전소 건립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허가 조건을 충족해 사업을 신청했기 때문에 허가를 취소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업체 측과 주민들이 조율을 통해 협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장양2리와 수암1리 주민들은 내달 5일까지 릴레이 시위를 하며 태양광발전시설 건립을 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