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1독립만세운동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그리고 오는 7월 16일은 우리지역이 낳은 인물 최규하(1919.7.16.~2006.10.22.)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기이고, 우리나라에 고구마를 들여 온 영호 조엄(1719~1777) 선생의 탄생 300년이 되는 해다. 이미 지나갔지만 지난해는 고려 개국(918) 1100주년 되는 해였다.
 

 이처럼 우리가 어떤 의미를 붙여 '기념(記念)'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너무나 당연한 질문인 것 같지만 막상 얘기하려면 막연하게 그려질 뿐 정리해 말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기념(commemoration)은 과거에 대한 집합적 기억의 재현으로, 기억을 현재의 지평 속에 불러내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또 한자로 표현하면, 記念·紀念·祈念 등 세 가지 표기가 있는데, 이는 곧 기념이 기록성·시간성·기원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1독립만세운동은 이념, 계층 차이를 넘어 우리 독립 의지를 세계에 알린, 우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족 운동이었고, 대한민국 임시 정부를 수립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다양한 독립운동 활성화를 꾀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100주년이 되는 올해는 남·북이 함께 행사를 치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 원주에서도 만세운동에 적극 동참했고 100주년을 맞아 원주역사박물관에서는 학술도록 및 그림책 발간, '1919년 3.1운동과 원주'라는 특별전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원주가 낳은 인물인 최규하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과 관련해서도 유물전시와 기념사업회의 선양사업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조엄 선생은 묘소가 원주에 있고, 탄생 300주년을 맞이해 도서 출간(해사일기), 학술세미나와 전시회가 열린다고 한다. 고려개국 1100주년 기념행사를 갖진 못했지만 고려개국의 주역들이 원주에서 처음 세력을 형성한 관계로 학자들은 원주를 고려개국의 배태지(胚胎地)로 보고 있어 원주와 무관하지 않은 기념(記念)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기념(記念·紀念·祈念)하는 것이 단지 마음에 간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역사로 대표되는 공동체의 기억을 현재의 관점에서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는 교육기능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노력으로 봐야 할 것이다.
 

 '기념물(記念物)'의 하나인 국보101호 '원주지광국사탑(原州智光國師塔)'은 신라의 하대에 선종(禪宗)이 유행하면서 지방에 각 산문을 형성하게 되고, 선종은 사자상승(師資相承)을 중시하며, 각 산문별로 계보가 형성되면서 부도와 탑비의 건립이 성행하게 된다. 부도와 탑비는 고승 개인의 행적을 추모하는 기념물적인 성격도 있었지만 산문의 위상을 대외적으로 표상하는 상징물이기도 하였다. 신라와 고려시대 왕사나 국사를 역임한 고승은 100여명으로 확인되며, 이중 고승 80여명의 석조부도 또는 탑비가 남아있다.
 

 왕사 또는 국사의 석조부도나 탑비의 존재는 지역주민들이 외부에는 자랑스럽게 말하면서도 공동체 내부에서는 기념비에 새긴 이름과 동일시하려는 의지가 역사의식이나 정체성의 재생산에 작동해 왔다는 것이다. 2019년은 보수가 끝난 탑의 안치위치를 결정하는 해이다. 제자리를 떠난 지난 100여년의 시간은 지역주민들이 자부심에 상처를 입은 시간이었고, 정체성 형성에 상실의 시간이었다. 그 치유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탑이 제자리로 돌아와 기념물로서의 제 기능을 하도록 해야 한다.
 

 금년에는 여러 가지 기념될 만한 일들이 많은 해다. 단지 그 '기념(記念·紀念·祈念)'이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이를 잘 활용해 원주라는 공동체의 자부심과 정체성 확립을 다지는 기회와 교육의 장으로 준비되고 치러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동진 전 원주역사박물관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