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2일 원주 중앙시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생계와 터전을 잃은 피해 상인입니다.
 

 저는 2016년 원주시 청년사업단의 이름으로 입점하여 4년차 자영업자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화재 당시 나동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나온 사람이기도 합니다. 화재가 난 줄도 모른 채 다가올 설 대목을 위해 열심히 옷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누구의 잘못인지,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는 화재로 인해 전통시장에서 소소하게 살아가던 우리는 삶과도 같은 터전을 잃었습니다.
 

 누구를 원망해야할까요? 한자리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던 상인들은 망연자실하여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화재발생 20여일, 한 달을 바라보고 설 대목을 일주일여 앞둔 지금. 갈 곳을 잃은 상인들은 오늘도 출근을 합니다. 번영회에서 마련해준 임시천막이 시장에서의 유일한 쉼터입니다. 이곳마저 이 엄동설한의 추위는 막을 수 없고, 피해상인들은 십시일반으로 기부금을 모아 난방유도 구입했습니다.
 

 누구에게 바래야하나요? 피해상인들은 매일 맡는 탄내이지만, 이 냄새는 피해상인들에게 가슴을 후벼 파고 들어 잊히지 않습니다. 탄내 때문인지 매일 가슴이 답답하고 잠이 오질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고,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그저 내쉬는 한숨으로 가슴의 답답함을 덜어볼 뿐입니다.
 

 어디계십니까? 소중한 한 표를 외치시던 그분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시며, 언제 만날 수 있습니까? 궂은일 마다 않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갔나요? 낮은 곳에서 시민의 편이 되어주시겠다는 그 분은 어디에 계십니까? 피해상인들은 20여일이 넘는 시간동안 단 한 번도 지자체 관계자에게 피해 상황, 화재처리 절차 등 모든 것들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피해자가 없는 간담회를 왜 하시나요? 피해자가 원하는 것을 들으셨나요? 왜! 피해자들은 배제되어야하고, 무시되어야 합니까? 묻고 싶은것도 듣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습니다. 화재현장에는 소름끼치게 잊혀지지 않는 탄내와 분진, 그을음 그리고 피해자만이 있습니다. 전통시장입니다. 누구보다 소상공인들입니다.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그나마 젊은 상인들은 일용직 일거리를 찾으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세가 있으시고 평생을 시장에서 보내신 분들은 이 추운날 일거리를 찾으실 수 없어 걱정이 태산입니다. 이미 상가를 포기하고 이전하신 분들은 형편이 나은 편이겠지요. 누구에게 물을까요? 중앙시장 화재로 인해 고통 받는 건 우리뿐만이 아닐 겁니다.
 

 시장으로의 발길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재건축을 논의한다는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로 위험한 시장이라는 인식이 심어져 소비자들이 찾지 않습니다. 이는 화재로 인한 2차 피해자들일 것입니다. 원주시는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화재의 원인을 조속히 면밀히 밝히며, 피해자들과 얘기 나눠 주십시오. 누구보다 전통시장을 사랑하고 삶을 바치신 분들이기에 충분히 보호 받을 권리가 있고 존중받아야합니다.

손현진 중앙시장 화재 피해 상인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