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업저수지 거북섬.

환경부 공모사업 공동신청 사업비 확보
석조보살입상 존치 여부 올해 안 결정

한국농어촌공사와 원주시가 민물가마우지를 쫓아내지 않고 흥업저수지 거북섬을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강제 이주시켜야 한다는 일부 여론에도 불구하고, 자연과의 상생으로 생태계 복원을 결정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민물가마우지는 2012년부터 흥업저수지 거북섬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는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해 지금은 수백 마리 넘게 목격되고 있다. 문제는 강산성을 띠는 가마우지 배설물이 거북섬 토양과 수목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

거북섬의 갈참나무와 소나무 등은 백화현상이 발현돼 상당수 고사했다. 지력도 약해져 거북섬은 2015년 대비 20%나 토양이 유실된 상태다.

저수지 미관을 해치고 생태환경도 위협받자 주민들은 가마우지를 강제로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이마저도 자연의 일부라며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여론이 이원화 되고 거북섬 복원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면서 관계 당국은 이 문제에 손을 떼기에만 급급했다. 저수지 관리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는 용수공급이나 수질환경 개선에만 신경 썼고, 원주시는 거북섬이 자신의 관할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생태환경 복원에 대한 여론이 고조되면서 두 기관의 입장이 바뀌기 시작했다. 서로 자기 관할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양 기관은 지난해 주민공청회를 열어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환경부 생태계보존협력금 공모사업에 거북섬 생태 복원사업을 공동 신청하기도 했다. 섬 내 고사목은 정리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수목을 심는 한편, 토양 유실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또한, 시민들이 민물가마우지를 관찰하고 생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전망대 조성, 거북섬 청소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한 마디로 가마우지를 억지로 내쫓지 않으면서 인간과 같이 공생할 수 있는 부분을 모색한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 김기업 부장은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포식자를 극도로 피하는 가마우지가 거북섬에 터전을 마련한 것은 그만큼 이곳이 생태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의미"라며

"이를 보전하면서 시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복원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중 사업 선정 여부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거북섬 복원사업이 선정되면 정부로부터 7억 원의 사업비를 받게 된다.

한편, 원주시는 거북섬 내 석조보살입상의 이전 여부를 올해 안으로 판가름 낼 계획이다. 가마우지 배설물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하는 방안을 연구용역을 발주해 마련할 방침인 것.

박종수 원주역사박물관장은 "지금 상태에서 문화재 존치 가능성을 살펴보고 불가능하다면 이전을 검토해 볼 것"이라며 "이전이든 존치든 주민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원주시는 올해 본예산에 관련 사업비 1억 원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