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곳곳에 입주자대표회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명륜현대2차아파트가 개별난방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민들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장기수선충당금을 불법 사용해 과태료를 부과받았으며, 개별난방공사 업체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등 신뢰를 잃었다며 주민투표를 통해 대표자들을 해임했다.

명륜현대2차는 올해 초 입주민 의견을 수렴해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공사를 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당시 공동경비를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충당하는 과정에서  장기수선계획 위반 혐의로 아파트관리업체와 각각 과태료 1천만 원을 부과 받았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 주요시설을 보수하기 위해 주민들이 내는 관리비로부터 일정 금액을 적립하고 있다.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3년마다 세우는 장기수선계획을 다시 수립하거나, 수정해야 하지만 이러한 절차 없이 장기수선충당금을 불법 사용했기 때문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소장의 실수로 행정절차에 문제가 생겨 과태료를 부과받게 됐다며 관리소장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장기수선계획 의결 권한이 입주자대표회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관리소장 탓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보일러 회사 선택 시 주민들의 수요조사에도 불구하고 가장 낮은 투표수가 나온 제품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보일러공사 역시 부실시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여름부터 시작한 공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고 미시공 상태였음에도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지난 9월 준공검사를 완료했다. 게다가 다음달 공사비를 지불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준공검사 과정에서 금액을 조율해 미비한 부분은 감액하지 않은 채 끝나지 않은 공사에 대해 금액을 지불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에 대해 보일러 제품 선택 시 금액을 가장 저렴하게 제시한 브랜드를 고지했을 뿐 구매를 강요하지는 않았으며, 입주민 취향에 따라 여러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고 말했다. 보일러 부실시공에 대해서는 충전재가 덜 들어가는 등 사소한 것을 제외하고는 감리로부터 공사가 완료됐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준공검사 진행 후 잔금을 치렀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팽팽이 맞서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명륜현대2차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더 이상 입주자대표회의를 신뢰할 수 없다며 해임건에 대해 지난 10일과 11일 주민투표를 진행한 결과 과반수 이상이 해임에 찬성하며 4명의 입주자대표들이 해임됐다.

한편, 보일러 시공업체에서는 비대위를 부실공사 논란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며, 입주자대표회의도 비대위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황이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주민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제대로 된 공사를 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비대위는 개인적인 악감정을 내세워 우리를 매도하고 업체로부터 커넥션을 받았다는 식으로 의심하며 심적인 고통을 주고 있다"며 "진작 사퇴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의혹을 인정하게 되는 꼴이기 때문에 끝까지 결백을 증명해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내내 이러한 갈등 분위기가 지속되자 한 주민은 "다 같이 사는 아파트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미워하는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조속히 문제가 해결돼 다시 정감 넘치는 이웃으로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