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가톨릭종합사회복지관은 노인 자아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노년기는 흔히 인생 전반에 대해 재검토를 해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성공과 실패여부를 평가하고, 죽음에 대해서도 준비하며 마지막 정체감을 수립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부분은 다양한 영역에서 상실감을 느낀다.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인식하거나 실패한 사람으로 치부해 자아존중감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행복한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자아통합을 이뤄 삶의 질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아통합을 달성하는 것은 노년기 중요한 발달과업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년기의 자아통합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많지 않으며, 주로 교육이나 여가활동 위주의 프로그램들로 국한되어 있다.

원주가톨릭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 7월부터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노인 자아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집단미술치료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긍정적인 자아를 찾는 과정을 통해 능동적이고 행복한 노년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취지이다. 

주요 활동인 손을 활용한 치료법은 인생의 다양한 기억들이 담긴 손을 주제로 진행하는 미술 수업이다. 언어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손을 통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삶의 기억을 회상하고 작품을 만든다. 자신의 손을 본뜨거나, 장갑에 수놓기 활동 등을 통해 삶의 긍정적 평가를 유도한다. 또한,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그림그리기와 과자를 활용한 만들기 수업, 만다라 만들기 활동 등을 통해 떠올리고 싶은 기억을 추억한다.

노년기 자아통합을 이루는 또 다른 방법은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재정리하는 과정으로 서로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유한다. 참가자들은 영유아기부터 청소년기, 청·장년기, 중년기까지 인생동안 철없던 시절의 행복감, 어려운 가정사의 슬픔, 시집살이 또는 차별에 대한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표출했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경험을 공감하고 위로하면서 긍정적인 자아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자아통합 프로그램은 어르신들 사이에서 소소한 변화를 가져왔다. 황혼육아에 지친 어르신은 프로그램 참여 시간이 일주일 중 오롯이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소극적이고 우울감을 갖고 있던 참가자는 프로그램에서 속이야기를 털어 놓으며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게 됐다.

가톨릭종합사회복지관은 내년에도 노인 자아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상반기 미술치료와 함께 하반기에는 자서전 쓰기 수업을 추가해 미술과 글 등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행복한 노년 준비 수업을 진행한다.

복지관 관계자는 "자아통합 프로그램은 동년배 간의 소속감과 유대감을 형성해 고독감을 해소하고 노년기 자아통합감을 향상시켜 긍정적 노후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며 "단순 여가 프로그램보다 의미 있는 활동으로 많은 어르신이 행복한 노년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