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선 수능을 마친 걸 축하드립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수능을 본지 올해 딱 10년이 흘렀더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수능은 학창시절 중 가장 인상 깊은 하루 중 하나입니다.

 짧게는 고등학교 3년, 길게는 중학교, 초등학교까지 12년의 과정이 단 하루로 결정된다고 생각하니까 부담도 많았고 그만큼 신중하고 집중하게 된 하루였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같은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미 수시를 통해 수능에 큰 부담이 없었던 분들도 있겠지만, 수능이 끝났다는 건 모두가 함께 끝을 맺은 느낌이기 때문에 그 분위기 자체가 다르지 않을까요. 수능을 마친 여러분들에게 비록 10년 전이지만, 함께 수능을 경험했던 사람으로 몇 가지 제안을 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푹 쉬세요. 그동안 열심히 달린 만큼 푹 쉬어야 할 때입니다. 진정한 휴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수능이라는 목표지점을 향해 쉼 없이 달린 만큼 모처럼 찾아온 휴식을 마음껏 누려보세요. 저도 수능이 끝난 후 바로 그 주말에 24시간 중 20시간을 잔 적도 있었습니다. 더 자고 싶어도 나중에는 허리도 아프고 잠도 안 와서 저절로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많은 시간 공부하느라 떨어진 휴식을 통해 잘 회복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이어서 말할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모두 수능 끝나면 하고 싶은 것들을 이미 계획하지 않았나요? 그것이 무엇이 됐든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평소에 판타지 소설, 무협 소설을 좋아해서 수능이 끝나자마자 책을 잔뜩 빌려서 산처럼 쌓아놓고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평소에 관심이 있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도 좋고, 저처럼 소설이나 만화를 읽는 것도 좋습니다.

 그것을 통해 여러분만의 '취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취향이 있다는 건 삶에서 많은 활력을 주는 원동력이 됩니다. 영화 감상이 취향인 사람은 영화를 통해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취향인 사람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곧 즐거움이 되기도 하겠죠. 아직 취향이 없다면 일단 많은 것들을 해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영화, 음악, 전시, 공연, 여행 등 많은 경험을 쌓다 보면 나에게 맞는, 나만의 취향을 분명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친구들과의 추억을 마음껏 남겨보세요. 아마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친구가 평생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학에 가고 사회에 나가면 친구들이 그리워질 때가 많이 찾아오곤 합니다. 하루에 절반 이상을 함께 보내서 그런지 몰라도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그 시간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능 끝나고 시간이 많이 남을 때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쌓아보세요. 아까 얘기했던 영화, 음악, 공연, 전시 등을 친구들과 함께 즐겨보기도 하고 더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함께 여행을 가보세요. 여행은 추억을 쌓는 데는 최고의 방법이니까요. 친구들과 쌓은 추억은 나중에 만나도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귀한 씨앗이 될 것입니다.
 

 저는 감히 말하건대 수능이 끝난 후 만큼 우리 삶에서 자유로운 시간은 없습니다. 대학을 가는 친구들, 가지 않는 친구들 모두 이제 성인이 되고 졸업을 하면 많은 선택이 삶에 주어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시간이 있어도 온전히 누리긴 힘들죠.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자유의 시간을 마음껏 누리길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즐거워야 합니다. 휴식을 취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나의 취향이 생기고 친구들과의 추억을 쌓아도 내가 즐겁지 않으면 그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부디 여러분 자신이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수능은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시작입니다. 저는 고등학교까지 꿈이 외교관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내내 정치외교학과에 가는 것이 흔들리지 않는 목표였죠. 그런데 다른 날도 아닌 수능 날, 컨디션 문제로 수능을 잘 못 봤습니다. 재수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저는 정치외교학과가 아닌 프랑스학과에 가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제기구에서 프랑스어가 많이 쓰이니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외교관의 꿈을 키우자는 생각을 통해 결정을 내린 것이죠. 그런데 이 결정은 저의 인생의 방향을 바꿔준 선택이 됐습니다. 대학 4년 동안 프랑스의 문화, 예술을 배우면서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졸업 후 문화 기획자라는 길을 걷게 해준 계기가 됐습니다. 제가 만약 재수를 통해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저는 지금과 같은 길을 걷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여러분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수능과 대학이 여러분의 인생에 있어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본인의 생각보다 수능을 잘 보지 못했더라도 너무 절망하지 마시고 여러분의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을 행복을 위해 당당히 앞으로 걸어가길 바랍니다. 항상 여러분의 삶이 항상 반짝거리길 바라며 응원하겠습니다.

조국인 원주청년생활연구회 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