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기본은 인재육성에 있고, 인재육성은 유아교육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번 감사결과 공개로 인한 사회적 파장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들과 학부모님들께 송구하기 이를 데 없다. 다만, 사립유치원이 비리집단으로 매도되는 정부대응과 언론보도는 심히 유감일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의 감사결과이며, 이중에는 부당하게 지출된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행정사항으로 시정이나 주의처분으로 이미 완료된 내용들이다.
 

 유치원 정책의 기본 방향은 정부와 민간역할의 구분이다.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대책 없이 통제를 위한 정책은 구성원 모두의 갈등만을 야기 시키는 것이다. 국가가 유아교육의 중요성과 공공성을 간과하고 국가의 재정이 여의치 않았던 시절 120년 유아교육의 역사는 사립유치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1980년대 이후 정부가 유아교육의 확대를 유도하면서 현재 9천21개원(2018년,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기본통계)으로 급격한 양적 팽창이 이루어졌다. 이 중 공립유치원이 4천798개원, 사립유치원이 4천220개원이며, 원아의 수는 공립 25.5%, 사립 74.5%로 사립유치원의 의존도가 월등히 높은 상태이다.
 

 이번 감사결과 공개에 따른 일련의 사태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교육자로서의 긍지와 자존감마저 떨어지게 하는 것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공립보다 더 적은 운영비를 가지고 공적영역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온 사립유치원에 대한 온당한 처사가 아닌 것이며, 이러한 사회적 불안을 야기 시키는 것은 절대 국민과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처음학교로'라는 입학 시스템을 만들고 모든 유치원의 처음학교로 입학시스템 가입을 강제하며 가입하지 않을 경우 원장의 처우개선비 삭감, 유치원 운영비 삭감, 감사우선 대상 선정 등 공문을 통해 갖은 협박과 회유를 자행하고 있다. 전액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단설·병설유치원과 학부모가 50% 정도의 교육비를 부담해야 하는 사립유치원을 같은 선상에서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기에 전국의 모든 사립유치원들이 그토록 '처음학교로 입학관리시스템'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에듀파인 회계시스템 또한 모든 유치원이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공립과 사립은 설립기반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회계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100% 정부예산으로 운영되는 공립유치원과 달리 개인이 100% 부담하여 설립·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의 기준은 분명 구분·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유치원의 형태는 정부가 설립 및 운영을 책임지는 국·공립 유치원과 자산을 출연하여 설립한 법인유치원 그리고 개인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운영을 책임지는 사인운영 사립유치원이 있다. 각각의 형태에 맞는 회계기준을 적용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운영하는 것이 활력을 불어 넣는 길일 것이다.
 

 교육은 정치적 이념이나 기득권의 개인적 신념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유아교육의 공공성은 사회구성원 전체의 과제이지 일부 계층이나 특정세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어질 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중심의 교육정책실행만이 바로 '공공성 확보'라는 그릇된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비로소 유아교육의 올바른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모든 영역을 감당하는 것은 창의성과 다양성, 자율성으로 대표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우리 아이들을 자칫 획일화되고 경직된 사고로 키울 위험성이 있다. 다양한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사립유치원과 공존하여 선의의 경쟁을 이루는 것이 보다 나은 유아교육발전을 기약하는 것이다.
 

 인생은 정답이 없는 길을 가는 것이다. 유연한 사고력과 다양한 생각을 기르는 것이 미래 사회의 주인공이 되는 길이고 사립유치원은 그 길을 위하여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김현각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강원지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