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안전부가 의정비 상한액 산출규정을 폐지하면서 다음달부터 시작될 의정비심의위원회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제8대 원주시의회 개원식.

시군의장협의회, 부단체장 수준 인상 촉구
"지방의회가 동네북이냐?" 제도 개선 주장
시민단체, "주민 입장 의정활동 평가 반영"

올해 전국적으로 지방의원 의정비가 재조정되는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의정비 상한액 산출규정을 폐지하면서 인상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방의회 의정비는 4년마다 지방선거를 치른 해에 의정비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재조정 된다. 의정비는 의정 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구성되는데 올해부터는 의정비의 6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월정수당 제한규정이 사라진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법 시행령에서 월정수당 상한액 산출규정을 삭제한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지난 23일 국무위원회가 이를 의결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 수나 지자체 재정 상황에 맞게 조례로 정하도록 자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원주시의회 의원들은 의정활동비 1천320만 원과 월정수당 2천400만 원 등 연 3천720만 원의 의정비를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원주시 의정비심의위원회가 2016년부터 2년마다 연간 지급액이 2천410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년도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을 반영해 월정수당을 인상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도내에서는 춘천시의회가 3천750만 원, 강릉시의회가 3천721만 원으로 원주시의회보다 각각 연 30만 원과 1만 원을 더 받는다. 기초의회 전국 평균은 3천858만 원, 원주시와 같은 전국 52개 도농복합시의 평균 의정비는 3천769만 원으로 원주시의회가 평균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시의회 내부에서는 대폭 인상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강원도시군의회의장협의회가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월정수당을 조정, 의정비 총액을 각 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논의에 불을 당겼다.

A 시의원은 "젊고 유능한 전문성 있는 인사들이 의회에 늘어나고, 또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도 의정비를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사견을 전제로 "최소 6급 공무원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장에선 4년마다 심의위원회를 열어 의정비를 결정하는 현행 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B 시의원은 "국회의원이나 지방공무원처럼 보수를 정해놓으면 그만인데 왜 자꾸 지방의회를 동네북으로 만들려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지방의회 의정비도 정부에서 보수로 정하는 등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이 곱지만은 않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자립도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 시군의장협의회가 의정비를 부단체장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민들의 어려움은 뒤로한 채 제 밥그릇만 챙기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물가 인상이나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따라 어느 정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더라도 그동안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제대로 해왔는지 주민들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정수당 제한규정이 사라지더라도 공무원 보수인상률 이상 전폭적인 의정비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주시에 따르면 행안부는 관련 지침에서 올해공무원 보수인상률인 2.6% 이상으로 의정비를 인상할 경우 여론조사를 통해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그 결과를 반드시 반영하도록 했다. 사실상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 여부를 주민들의 뜻으로 결정하도록 한 셈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대부분 시민들이 의정비 인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높기 때문에 주민여론조사를 반영할 경우 오히려 의정비를 지금보다 인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어 의정비심의위원회나 지방의회 모두에게 큰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시는 의정비심의위원회 구성을 위해 시의회와 교육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이·통장협의회 등 각계에 위원 추천을 요청한 상황이다. 내달 초 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중순부터는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편 현행 지방자치법 시행령은 지방의원 의정비를 4년에 한 번씩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정비심의위원회를 4년에 한 번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 선거를 마친 후 열고 이때 결정한 의정비는 다음 선거 때까지 4년간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