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서 본 종축장 터.

논란이 된 종축장 터 활용방안은 강원도의 자충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잠잠하던 ‘원주시 홀대론’에 강원도가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기 때문이다. 강원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강원도가 제출한 ‘기획조정분야 출자·출연 동의안’을 지난 15일 수정·의결했다. (본보 10월 15일자 1면 보도)

수정한 내용의 골자는 반곡관설동 종축장 터를 강원도개발공사에 현물 출자하는 내용을 삭제한 것이었다. 곽도영 기획행정위원장(원주 5선거구)은 “강원도개발공사에 대한 종축장 출자는 충분한 검토가 이뤄진 뒤 추진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강원도는 종축장 터를 강원도개발공사에 현물 출자함으로써 강원도개발공사의 부채를 갚겠다는 전략이었다. 문제는 원주시민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강원도는 지난 2014년 종축장 터에 드라마세트장 유치를 추진하다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이듬해에는 원주시와 강원도교육청이 종축장 터와 옛 원주여고의 맞교환을 추진했으나 이 또한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번번이 논란을 야기하며 분란을 초래한 전력이 있어 종축장 터에 대한 원주시민의 정서는 부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강원도개발공사에 현물 출자될 경우 공동주택을 신축한다는 계획도 논란을 부채질했다. 원주는 아파트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져 줄곧 미분양관리지역으로 관리되는 와중에 아파트를 추가로 신축하겠다는 계획이 마뜩할 리 없다.

이런 반감을 모를 리 없는 강원도는 원주시에 종축장 터 활용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고, 원주시는 도립미술관 설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도립미술관은 원주시, 춘천시, 강릉시 등의 유치경쟁이 과열되며, 재추진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강원도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1종 주거지역인 종축장 터에 공동주택을 신축하려면 도시계획이 변경돼야 한다. 도시계획 결정은 원주시 소관 사무이므로 강원도는 원주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종축장 터 논란은 아이스하키경기장 원주 이축 비용 논란도 재소환했다. 당초 강원도는 아이스하키경기장을 강릉에 신축하고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른 뒤 경기장을 원주로 이축하기로 했다. 이에 원주시는 원주 이축 대신 이축비용 650억 원을 요구했으나 흐지부지 됐다.

아이스하키경기장 이축비용과 종축장 터 활용방안이 맞물리면서 강원도와 원주시 간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다만 종축장 터의 현물 출자가 무산되며 강원도개발공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될 경우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어 원주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