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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한복 강영옥(85) 대표

중앙시장 역사와 함께한 산증인 서연남 시민기자l승인2018.10.08l수정2018.10.0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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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평양시 모란봉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중앙시장 2층에 있는 모란한복 강영옥(85) 대표. 요즘 평양시내를 TV에서 볼 때마다 눈에 띄게 발전한 모습이 반갑기만 하다. 1945년 8.15 광복 때 서울로 내려온 강 대표의 가족은 북한에서 광산을 하며 제법 재산이 있었던 아버지 덕에 아쉬울 것 없이 자랐다.

 그랬던 강 대표가 생계유지를 위해 한복집을 하게 된 것은 마흔 무렵으로 올해로 45년째다. 남편이 하던 일이 잘 되지 않아 가세가 갑자기 기울었던 것. 경제 활동으로 강 대표가 할 수 있는 것은 옷을 만들고 바느질을 하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쇼윈도에 걸려있는 예쁜 옷을 보면 집에 가서 그대로 만들어 입었었고 전통자수도 꽤 잘 놓았었다. 바느질로 조금씩 일을 받아 돈을 벌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로 학원을 다녔다. 친정이 서울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원도 강 대표의 욕심을 채워주진 못했다. 강 대표가 배우고 싶은 것은 쾌자, 원삼, 두루마기였는데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것은 저고리뿐이었다.
 

 "저고리는 어릴 때부터 만들어 입어서 정말 잘 만들었다. 그래서 다른 것을 배우고 싶었는데 안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도 학원에 다녔던 것은 학원을 통해 일자리를 소개받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하는 강 대표.
 

 배움에 대한 욕심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책뿐이었다. 서점과 도서관에서 관련된 책을 찾아 공부하고 한복을 잘 만든다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찾아갔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자신의 기술을 쉽게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었다. 성실하게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눈썰미가 있어 한 번 본 것은 바로 따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신나게 배울 때쯤 원주로 다시 내려왔다. 6남매의 엄마로서 서울에서 계속 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원주로 내려와 중앙시장 1층에 9㎡ 되는 상가를 얻어 3년 정도 가게를 하다 힘들어서 문을 닫았다. 하지만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아 2년쯤 쉬다 다시 가게를 냈다. 이번에는 어릴 때 좋아했던 모란봉을 따서 모란한복이란 상호를 걸었다.

 당시만 해도 한복을 지어 입는 사람이 많아 가게에서 자는 일이 많았다. 혼자 소화할 수 없어 직원 2명을 채용할 정도였다. 재봉틀도 하나밖에 놓을 수 없어서 돌아가면서 사용했고 밤11시까지 일하고 쪽잠을 자고 새벽에 다시 일어나 한복을 만들었다.
 

 강 대표의 한복을 한 번 입어본 사람은 반드시 재 주문을 했다. 체형에 맞게 한복을 재단하고 고객에게 어울리는 원단을 골라주는 센스는 항상 손님을 행복하게 했다. 한 번은 곱추등에 살도 좀 찐 손님이 여러 곳을 다니다 강 대표를 찾아왔다. 체형이 조금 특별한 손님이라 한복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강 대표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은 적중했다.
 

 "한복은 1mm 차이로 맵시가 다르다. 입었을 때 내 옷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줄자로 치수를 재지 않고 한복을 입어보면서 시침핀으로 체형에 맞게 하기 때문에 다른 적이 없다."
 

 결혼할 때 한복을 맞춰준 부부가 아이 돌잔치 한복을 맞추는 일은 정말 많았고 강 대표에게 한복 만드는 것을 배워 서울에서 한복집을 차린 사람도 꽤 된다.
"한 번을 편안하게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남의 일을 맡아 놓은 것이기 때문에 주문을 받아 놓으면 꼭 기일 내에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하는 강 대표. 강 대표의 이런 책임감은 여든이 넘은 지금도 가게에서 잠을 자며 가위와 재봉틀을 돌리게 했다.
 

 30여 개가 넘던 한복집이 이제 5~6집만 남아있는 중앙시장. 15년 전 한복집을 찾는 사람의 발길이 뜸해 지면서 임대료가 싼 2층으로 올라왔다. 이제는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한복집이 됐지만 그래도 강 대표에게 모란한복은 고향집처럼 따뜻한 곳이다.
 

 특별히 행복했던 때도 힘들었던 때도 없었다고 말하는 강 대표에게 혼자 있으면 외롭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어떤 한복을 만들지를 고민할 시간도 부족한데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언제 있냐"며 되물었다.
 

 '한국의 멋'으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한복을 만들기 위해 온 생을 다 바쳤기에 행복하다고 말하는 강 대표는 오늘도 모란한복에서 바느질을 하며 밤을 보낼 계획이란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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