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옥상영화제를 어떻게 시작했을까 돌이켜 보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영화제를 만들면 어떨까'하는 작은 이야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원주다큐페스티벌'이 중단되고 난 후 영화가 중심이 된 축제에 목말라 하던 원주 청년들은 영화제를 같이 만들어 가보자는 말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 제안이 지금 여기까지 올거라고 그때는 정말 상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영화제를 하고 싶다는 열망은 가득했지만, 어떻게 만들어 가야하는지 몰랐다. 인디다큐페스티벌 사무국장으로 활약했던 홍수영 님을 모시고 더듬더듬 우리 영화제의 그림을 구체화해 갈 수 있었다. '원주'에서 만들어지는 영화제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을까 상상하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공포영화제면 어떨까, 멀리 드림랜드를 찾아가 물 빠진 수영장에서 상영을 하면 어떨까. 초반에는 영화제의 기대감으로 즐거웠다.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간다니 가슴 벅차고 들떠 있었다.
 

 영화제를 하나씩 준비해가면서 어떤 영화를 상영할까 고민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상업극장의 많은 스크린을 가지고 있는 원주이지만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영화의 폭은 한정적이고, 그 색깔도 그리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양하고 신선한 영화를 담은 영화제를 선보이고 싶었다.
 

 이렇게 <2017 원주옥상영화제>가 시작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과감히 현실에 덤볐던 것 같다. 그때는 힘들어도 처음이니 즐기면서 했지만 각자의 생활과 일을 병행하면서 영화제를 만들어간다는 건 결국은 과부하로 돌아왔다. 그런 현실에 단비처럼 물품 협찬과 텀블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이분들이 있었기에 더욱 탄탄한 영화제가 되었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끝난 <2017 원주옥상영화제>. '일회성이 아니라 또 진행해 보면 어떨까'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뿌듯하기도 하지만 '정말로 영화제를 또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도 같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한계를 모르기 때문에 달려들었다면, 다시 하자고 얘기가 나왔을 때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더'하며 결정할 수 있었던 건 <2017 원주옥상영화제>가 가져다 준 뿌듯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주변 지인 뿐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이 전해준 응원은 다시 하고픈 원동력이 되어줬다.
 

 올해 <2018 원주옥상영화제>를 준비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장소 변경이었다. 안정적인 장소를 마련하지 못하게 되면서 변동사항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모든 기획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많은 곳을 둘러보다 마땅한 옥상이 없어서 옥상이 아닌 다른 장소도 거론됐었다. 결국은 원주옥상영화제의 타이틀인 '옥상'을 벗어나지 않으려 했다.
 

 작년보다 탄탄한 운영을 위해 예산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비영리단체 고유번호증을 준비하고 공모사업의 기획서를 하나씩 써나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강원영상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예산의 큰 몫을 해결할 수 있었다. '원주옥상영화제 기획단'이 주최로 들어가고 영화제의 모습을 천천히 갖춰갈 수 있었다. 그리고 기획단 활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조금씩 폭을 넓혀 가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인건비와 운영비에 대한 문제들이 바로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예 원주옥상영화제 기획단 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