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를 보며 자란 소년이 이젠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소초면 흥양리 최락철(37) 엄마나무숲 대표는 야생화 문화 공간 비즈니스를 꿈꾸는 청년이다. 어릴 때부터 야생화 단지에서 풀을 뽑는 것이 용돈벌이였던 최 대표는 야생화가 피고 지는 것을 보며 사춘기를 보냈다. 1982년부터 우리꽃 자생식물을 육종 연구하고 있는 아버지 최용호(63) 최고자연 소장 덕분에 최 대표에게 야생화와 자연은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처럼 야생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하게 됐고 조경 회사에 취업해 몇 년간 일도 했다.
 

 그러다 아버지의 부탁으로 농촌진흥청에서 10년간 지원하는 농촌교육농장 사업 기획서를 쓰면서 자연을 지켜야 하는 이유와 야생화를 보존해야 하는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27세의 청년이었던 최 대표는 서울 생활을 접고 흥양리로 왔다. 젊은 청년이 내려오자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야생화는 최 대표의 복잡한 마음을 모두 받아줬다. "감수성이 맞았다. 자연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참 편안하고 좋았다. 억지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말하는 최 대표.
 

 농촌교육농장 사업으로 도시에서 체험 프로그램 문의가 줄을 이었고 교과 연계형 프로그램 구성으로 교육 효과를 높였다. 500㎡ 부지의 엄마나무 숲은 숲길 체험, 숲 생태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숲속 음악회, 팜 파티, 다이닝 파티를 열며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게 했고 트래킹 코스 개발과 그림책과 연계한 프로그램 기획은 좀더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10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흘렀다. 힘든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곧게 야생화 보존에만 집중했던 아버지와 시스템화 해서 체계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는 최 대표의 의견이 가끔 엇갈렸다. 우리나라 화훼산업이 전반적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다 야생화는 더 심각했다. 육종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것은 자칫 야생화를 지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난방비가 매년 치솟았고 농장에서 일하던 동네 어르신들도 나이가 들면서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야생화를 지키기 위한 시스템과 매뉴얼 개발을 하고 있다. 이것이 야생화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주장하는 최 대표는 아버지와 지속적인 대화로 간격을 좁혀 가고 있다.
 

 힘들 때마다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서울에서 체험을 위해 내려온 초등학생이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화장실 냄새가 난다며 웅성거렸다. 5월 경이었는데 최 대표에게는 아카시아 향밖에 나지 않았다. "아카시아 향 화장지를 사용하며 자란 아이들에게 아카시아 향은 화장지에서 나는 냄새였다.  충격이었다. 나는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 아카시아 꽃향기였는데 아이들은 달랐다. 그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확실히 생겼다."
 

 이후 더 열심히 '우리 꽃, 우리 문화, 우리 먹거리'를 강조했던 아버지의 철학을 깊게 생각했다. 최고자연과 엄마나무 숲에 오면 우리 꽃을 보며 꽃을 활용한 문화를 즐기고 꽃차, 꽃 식초 등 먹거리까지 해결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더욱 굳게 하는 계기가 됐다.
 

 야생화를 보며 자란 최 대표가 가장 사랑하는 야생화는 꽃창포다. 볼 때마다 보랏빛이 매력적이고 설레게 하는 꽃이다. 흥양리 다랭이 논 1만6천500㎡에 꽃창포를 심고 매년 축제를 개최하는데 오는 사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한다. 곧 1만4천300㎡를 확장할 계획이다. 꽃창포 습지는 천혜의 자연이 있는 곳이다 보니 가로등이 없는 어둠 속에서 반디불이와 달빛을 보며 고구마도 구워먹고 가족끼리 오붓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야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와서 즐기기보다는 소수의 인원이 오더라도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게 최 대표의 바람이다.
 

 "숙박을 하며 온전히 자연 속에 머물다 갈 수 있는 힐링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 야생화의 아름다움도 만끽하고 엄마나무 숲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도 깨닫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게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