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절정에 다다랐다. 올해는 장마 기간이 짧아 폭염일수가 대폭 늘어날 거라는 일기예보가 이어지고 있다. 유난히 덥게 느껴지는 이번 여름은 원주시 곳곳에 설치된 물놀이장에서 더위를 식히며 보낼 수 있게 됐다. 다섯 살배기 딸아이는 유독 물놀이를 좋아한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물놀이 타령을 해 우리집은 남들보다 일찍 물놀이를 시작하는 편이다. 원주에서는 아이들이 마땅히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번거로움이 따랐다.
 

 그러나 원주시에서 몇 해 전부터 단구동 여성가족공원을 시작으로 도심 곳곳에 물놀이장을 설치하면서 부담 없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시설들과 쾌적하고 위생적인 관리로 아이는 물론, 엄마들에게도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
 

 주말이면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로 꽉 차는 이 곳에 얼마 전부터 차츰 중고등학생들이 노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첨벙거리며 풀장을 뛰어다니고 지나치게 장난치는 모습이 불안하다 싶었는데 지난 주 근처에서 물놀이 하던 딸아이가 뛰어가는 학생에게 부딪혀 뒤로 넘어졌다.
 

 다행이 상처는 크지 않았지만 넘어지면서 물에 빠졌던 아이는 꽤 놀랐는지 쉽게 진정하지 못했다. 나 역시 허둥대며 아이를 살폈으나 학생들에게는 차마 뭐라 할 수 없었다. 안전요원이 중·고생들의 출입을 제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용자가 나서 통제하기도 어려웠다.
 

 어린이물놀이장이라지만 이용연령제한에 대한 명확한 제시와 제재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유·초등생 자녀를 동반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청소년들과 한 공간에서 노는 것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연령별 물놀이를 즐기는 방식과 행동범위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물놀이장마다 연령별로 구획을 나눠 운영하는 것을 제안한다. 비슷한 연령끼리 어울린다면 안전사고 위험도 줄어들고 더 많은 아이들과 부모가 물놀이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구획을 나눠서 운영하는 방식은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 호응이 높을 것 같다.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해 마련한 시설인 만큼 이들에 맞춘 운영방식으로 변화하길 기대한다.

 박운영(우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