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와 예술의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활동을 장려하는 프로젝트가 많이 시도되고 있다. 시민참여 중심이라는 문화의 방향성은 공공성 및 문화 민주주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시민참여가 사회적인 흐름에 의해 기계적으로 사용되고 단순히 시민참여라는 이름을 빌려 의례적인 행위에 그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문화에 대한 시민참여는 문화적 체험을 통한 문화향유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역할에 의해 묻혀 버린 개인의 삶을 문화적 치유를 통해 회복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문화생산자는 시민참여를 도구적 수단이 아닌 시민의 공감과 일상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문화생산방식으로 바라봐야 한다.
 

 원주에서 그림책 문화는 한 시민의 작은 문화적 실천에 의해 시작되었고 이것은 원주의 대표 문화콘텐츠로 자리하게 되었다. 원주에서 그림책은 시즌 형태의 전시 방식을 통해 각 시즌마다 지향점을 가지고 그림책 도시 원주라는 목표에 단계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원주 그림책 전시의 3번째 시즌을 맞게 되며 지역의 대표 문화콘텐츠로서 그림책이 시민의 일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과제 앞에 놓이게 되었다. 이번 '시민 그림책 갤러리 1.8' 프로젝트는 이 과제에 대한 하나의 답변으로 문화의 소비자 생산방식이라는 실험적 시도에서 출발하였다.
 

 '시민 그림책 갤러리 1.8' 프로젝트에서 시민은 그동안 관성적으로 지켜왔던 문화소비자의 자리를 문화생산자의 자리와 바꿔 앉게 되면서 문화생산현장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이 프로젝트에서 시민들은 그림책 전시 큐레이터로서 다양한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시 주제로 만들고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그림책들을 선정하여 자신만의 그림책 전시를 '원주 그림책 시즌 3'의 한 부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시민 큐레이터의 파트너로서 참여한 전문가들은 기존의 작업 방식과는 다르게 시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게 된다.
 

 이 방식은 전문가들에게도 새로운 문화생산의 작업장을 경험하게 해준다. '시민 그림책 갤러리 1.8' 프로젝트는 시민의 일상이 지역의 문화콘텐츠와 만나 새로운 형식의 문화콘텐츠로 재생산될 뿐만 아니라 문화생산자와 소비자의 자리바꿈을 통해 보다 발전된 문화소비자, 문화생산자를 생산하게 된다.
 

 '시민 그림책 갤러리 1.8' 프로젝트에 접수된 총 15개의 참가 신청서에는 젠더 문제에 대한 시민의 표현, 자연을 통해 시민에게 전하는 위로 등 흥미롭고 다양한 주제의 시민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프로젝트의 기획의도와 전시 전체의 맥락을 고려하여 어쩔 수 없이 선택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시민들의 일상이 지역 문화와 만나 새로운 시민문화콘텐츠로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것은 현재 문화영역의 시민참여가 소비적인 형태에서 생산적인 형태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시민의 다양한 문화적 활동이 지역의 변화로 확대되어 시민들의 삶의 터전인 원주가 문화적으로 건강한 삶의 도시로서 자리할 것을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대해 본다.

김병재 시민그림책 갤러리 1.8PM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