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저면 고산리에 위치한 야산. 그는 팔순을 앞 둔 노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걸음으로 가파른 경사를 앞서 갔다. 약 15만㎡의 광활한 산림을 40여 년간 손수 가꿨다는 그는 산을 오르는 내내 본인이 심은 꽃나무에 대해 유쾌하게 설명했다. 다양한 수종을 심어 길게 이어지는 산책로와 푸른 잔디가 펼쳐진 골프 코스는 시골 야산과 이질적인 풍경을 이루며 감탄을 자아냈다.

호저면 송골길 47-1에는 김영선 (78) 옹이 가꾼 골프농원이 있다. 봄꽃이 만개하는 5월이 되면 이곳에도 화사한 봄기운이 찾아온다. 벚꽃나무를 시작으로 진달래와 연산홍으로 꾸민 산책로가 눈길을 사로잡으며, 이팝나무와 주목도 푸른 자태를 뽐낸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매일 이곳을 들러 꽃나무를 가꾸고 잡초를 뽑으며 지금의 골프농원을 조성했다.

야산을 정성들여 가꾸게 된 건 골프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우연한 기회에 캐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골프의 매력에 빠져 골프를 시작했다. 당시는 우리나라에 골프가 보급 된지 얼마 안 된 시절이었기에 중고 골프채를 구입해 어깨너머로 배우며 실력을 키웠다. 이후 우수한 실력이 알려지며 1962년 골프 특기병으로 군 생활을 시작한 그는 본격적인 코치로 활동한다. 

제대 후에도 군 간부들을 대상으로 코치생활을 하며 전국을 다닌 그는 원주에서도 '김 프로'로 불리며 골프강습을 이어갔다. 당시 지역 기관장들은 물론, 지학순 주교도 그에게서 골프 강습을 받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다. 이후, 현충탑 근처에 골프연습장을 차려 개인사업을 시작한 그는 회원 외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퍼블릭 코스를 만들기 위해 고산리 야산을 매입하고 산 가꾸기에 돌입한다.

코치로 활동하면서 골프장 잔디도 직접 가꿔야 했기에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코스 만들기는 순탄치 않았다. 터 닦기 및 배수시설 등을 갖춰야 했지만 자금이 부족해 혼자서 만들면서 실패를 경험했다. 그러다 오히려 조경에 빠져 골프장은 자식들에게 맡기고 야산을 가꾸는데 집중했다.

초창기 심었던 느티나무는 이미 사람 키의 두 배를 훌쩍 넘기며 푸른 녹음을 자랑한다. 계절마다 피는 꽃과 잘 정돈된 푸른 잔디는 매일 그의 애정 어린 손길로 가꿔지고 있다. 김 옹은 몇 년 전부터 이 공간을 개방해 지역주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무료로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봄철마다 지역 어르신을 초청해 꽃놀이를 진행한다.

김 옹은 "40년을 늘상 가꾸다 보니 주민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몇 년 전부터 개방하고 있다"며 "전문 퍼블릭코스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녹음 속에서 골프를 즐기거나 산책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원주시에서 공모하는 관광두레 사업을 신청해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주민이 지역의식을 가지고 지역관광을 만들어가는 사업으로 골프농원이 원주의 또 다른 볼거리로 자리 잡길 희망하고 있다.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매일 골프농원을 찾는 그를 가족들은 말리지만 40년간 애정으로 가꿔온 야산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최 옹은 "무료로 개방된 공간임에도 사람들에게 많이 홍보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며 "더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도록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가꿔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