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남북청소년 멘토링 '마파람타고' 멘토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이주배경청소년'이라는 낯선 대상에 눈길이 갔고, 지원서를 작성했다.  
멘토 지원서 지원동기에 적었던 내용은 "이주배경청소년과 서로 도움이 되는 멘토링 활동을 해 보고 싶다."라는 것이었다. 멘토를 지원했던 솔직한 동기는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봉사를 해야 했고, 생소한 대상인 이주배경청소년은 어떠한 친구일지 궁금해서였다. 작성했던 지원동기는 나에게는 봉사와 경험, 멘티에게는 멘토링활동 그 자체로서 "서로 도움이 되는 멘토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철없는 생각의 표현이었다.    
 

 멘토링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멘티가 18살 사춘기 소녀라는 것을 알고 난 후로 어떻게 친해질지, 12월까지 어떤 활동들을 할지, 잘 할 수 있을지, 전부 걱정이었다. 만나서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다음 활동에 대해 고민하던 어느 날, 멘티가 나에게 말했다. "꼭 뭐를 안 해도 돼요. 저는 그냥 그날 만나서 생각나는 거 하고 싶어요." 내 마음을 눈치 챈 듯한 멘티의 그 말 덕분에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 형식적인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건 우리 둘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활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같이 만나서 활동하는 동안 즐겁고, 마음 편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서로에게 의미 있는 활동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 후 활동을 하면서 그제야 멘티는 어떤 아이인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멘티도 그런 나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같았다. 전보다 조금 가까워지고 나니 멘티의 특별한 이주배경 이야기를 물어보고 싶어졌다. 처음부터 이주배경청소년이 생소해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고, 멘토니까 멘티에 대해 알아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친해졌다고 해서 섣불리 이야기를 꺼내면 멘티가 상처받을 것 같은 마음에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멘티 덕분에 또 한 번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멘티는 나에게 항상 마음 가는대로 다가와주고, 행동했다. 활동을 하다 보니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멘티는 다른 친구들처럼 밝고 평범한 학생인데 왜 나는 무엇이 다를 것이라고 확신하고, 궁금해 했을까. 멘티는 나에게 어떠한 편견도 가지지 않았는데, 오히려 나만 멘티에게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굳이 내가 먼저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이번에도 멘티 덕분에 깨달았다.
 

 긴 시간동안 만난 것은 아니어도 내가 깨닫고 생각이 깊어진 것처럼, 짧은 만남의 시간이지만 멘티에게도 내가 받은 영향을 똑같이 줄 수 있는 멘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멘토로서의 아쉬운 멘토링 활동은 끝이 났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마파람타고'의 담당 사회복지사로서 멘토링 활동을 이어가게 되었다.
 

 우연히 봤던 모집공고를 통해 시작했던 멘토링 활동에서, 담당 사회복지사로 다시 멘티들을 만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작년 멘티와의 활동을 통해 배운 것들을 생각하며, 지난 멘토 때와는 조금 다른 자리에서 이주배경청소년들의 또 다른 멘토가 되어 주고 싶다. '마파람타고'를 통해 이주배경청소년들이 남한 청년들과 화합하고, 서로에게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며, 이를 위해 노력해보고자 한다.

이나라 강원남부하나센터 사회복지사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