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멋글씨 동우회 회원들은 매주 목요일 문화활동으로 화합을 다지고 있다.

매주 목요일 농사 짓고 돌아와 글씨로 친목

귀촌인들이 문화 활동으로 화합을 다지고 있어 화제다. 매주 목요일 저녁 부론면 정산리에서 열리는 '멋글씨 동우회'는 귀래와 부론지역 주민 11명이 참여하고 있다.

새하얀 한지에 멋들어지게 붓글씨를 쓰고 서로 작품을 비교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하루 농사를 마친 후 편히 쉬어야 할 저녁에 삼삼오오 모며 활동한 지도 벌써 1년. 글씨를 배우며 정을 나누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모임의 시작은 이일표(78) 씨였다. 그는 서울에서 유류업을 하다 20년전 원주로 내려왔다. 식구 건강이 안 좋아 귀래로 이사했던 것. 정통서예와 캘리그래피를 배웠는데, 지인들은 마을행사가 생기면  좋은 글귀를 써달라고 그에게 요청하곤 했다.

부론면에서 매년 열리는 남한강 물축제 글씨도, 제1회 원주시 대표음식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농부가의 간판도 이 씨 작품이다. 자연스레 작품을 접한 사람들이 늘자 동우회를 만들자는 요청이 들어왔다.

모임 장소는 최선길 화백이 제공했다. 그 역시 서울에서 활동하다 3년 전 귀촌했다. 멋글씨 모임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작업실을 흔쾌히 내주었다. 이 씨는 "처음엔 지인 4~5명이 시작했는데 입소문이 나자 11명으로 확대됐다"며 "대부분 귀촌한 사람들이고 주민들도 함께 어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 멋글씨 동우회 회원들은 매주 목요일 문화활동으로 화합을 다지고 있다.

처음엔 귀촌인들이 많았다. 대기업 임직원으로 재직하다 시골로 온 사람, 최 화백처럼 외부에서 활동하다 원주에서 휴식을 찾은 사람, 고향으로 내려와 새 터전을 잡을 사람 등 모인 사람들은 각양각색이었다. 이들은 서로 의지할 곳이 필요했고, 우연히 알게 된 모임에서 마음을 터놓았다.

서울에서 귀촌한 이인석 씨는 "귀촌인들을 중심으로 자발적 모임이 만들어졌고 지금은 토박이 주민들까지 합세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시골 주민들이 문화 활동을 통해 1년 넘게 화합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말했다.

멋글씨 동우회는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2~3년 뒤 원주시민에게 솜씨를 뽐내기로 한 것. 회원들은 이일표 씨 작품만으로도 전시회를 열 수 있다고 입을 모으지만 모두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이 씨는 "동우회로 어떤 결과물을 내놓는 것은 다음 이야기"라며 "서로 버팀목이 되고, 형제처럼 지내며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지내는 것이 바람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