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학과·협회 개설·자격증 제도 도입…한국 바리스타 대부

'마에스트로(Maestro)'는 마스터나 교사를 이르는 이탈리아어로 보통 예술가나 전문가에 대한 칭호다. 특히 클래식 음악이나 오페라의 지휘자, 음악 감독, 작곡가의 경칭으로 주로 이용된다. 굳이 한국어로 옮긴다면 '거장(巨匠)'이라고 할 수 있다.

커피에도 마에스트로가 있다. 닥터 허 커피연구소 허경택(67·전 상지영서대 교수)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커피와 관련, 국내 최대인 1천8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사)한국커피협회(회장: 이상규)는 지난달 23일 정기총회에서 허 대표를 비롯해 국내 커피 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한 4명의 공로를 인정, '마에스트로' 칭호를 부여했다.

사실 허 대표에게 '미에스트로'란 칭호는 새삼스럽긴 하다. 대학에 관련학과를 만들고 협회를 창설, 바리스타 자격증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이미 국내 커피계에서는 '바리스타의 대부'로 통하는 그다. 2011년에는 커피매거진 '월간커피'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선정한 '우리커피리더 2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경남 산청이 고향으로, 건국대 식품가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호쿠(東北)대학에서 축산물이용학전공 농학박사를 취득한 그가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 상지영서대 교수로 부임하면서부터다.

1998년부터 상지영서대 평생교육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제과제빵을 가르치며 단 맛이 강한 케이크와 어울리는 음료를 고민하다 자연스럽게 커피를 찾게 됐다. 관심을 갖다보니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됐고, 연구년 동안 내내 커피에만 매달렸다. 유럽 스페셜티커피협회(SCAE)에서 발행하는 국제 공인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그 무렵이다.

대중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인스턴트 커피가 주를 이룰 때였다. 생활수준이나 문화수준이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 자연히 커피에 대한 수준도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커피문화 보급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커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바리스타'를 양성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2003년 평생교육원에 커피 전문가 과정을 개설하고, 2005년에는 상지영서대에 관광조리음료과(현 조리음료바리스타과)를 신설하는 한편, 뜻을 같이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커피교육협의회(현 (사)한국커피협회)를 만들었다.

2005년 11월 한국커피교육협의회에서 첫 자격시험을 실시한 '바리스타 자격제도'는 지난해 연말 현재 19만9천325명의 바리스타를 배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허 대표는 "이들 모두가 바리스타로 활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높아진 커피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 같아 흐뭇하다"고 말했다.

커피문화 보급을 위한 그의 노력은 '와인&커피 용어해설집' 제작과 커피의 날 제정,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유치로도 이어졌다. 만 5년간 회장을 맡아 이끈 한국커피교육협의회에서 2009년 햇콩이 나오는 10월 1일을 '커피데이'로 지정했으며, 원주에서는 그의 주도로 3년간 '커피향기 따라 느리게 걷기'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원주문화원에서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버 바리스타 과정' 교육을 담당한 것도, 2008년부터 도내 최초의 커피 교육기관 겸 연구소 '닥터 허 커피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브랜딩 커피 '치악산의 아침'을 출시한 것도 커피 대중화와 함께 수준 높은 커피문화를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허 대표는 한국 커피산업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2007년 연 3조원에 불과했던 한국 커피시장이 지난해 기준으로 11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한 사람이 1년에 512잔의 커피를 마신다는 조사결과도 있지만 원두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25%에 불과하다"고 밝힌 그는 "아주 작은 차이로도 커피 맛은 확연히 달라진다"며 "기술적인 숙련도와 서비스를 겸비한 바리스타 양성을 통해 한국 커피문화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허 대표는 '월드컵 테이스터즈 챔피언쉽' 한국대회를 추진 중이다. 일종의 와인 감별사처럼 일정하게 로스팅해 추출한 서로 다른 산지의 커피를 향과 맛으로 구분하는 능력을 가리는 대회다. "지금보다 더 고급화된 브랜딩 커피 개발과 함께 여유가 되면 원래 전공인 베이커리에도 욕심을 내고 싶다"는 그의 커피에 대한 열정은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