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이 일부 학부모들이 요구하고 있는 '선지원 후추첨' 고교배정방식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교평준화 제도 시행으로 학교 간 학력 차이 감소 및 인식변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선지원 후추첨제를 도입할 경우, 과거 특정 학교 쏠림 현상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도교육청은 고교평준화 시행 5주년을 맞아 '강원도 고교평준화지역 학생배정방식 타당성연구'를 진행했다. 원주, 춘천, 강릉 지역 학생 및 교원,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현행 고교배정방식에 대한 설문조사 및 토론회 등을 개최해 의견을 수렴했다.

고교평준화 제도에 대한 만족도 조사와 함께 현재 운영하는 원거리배재 무작위 추첨제 방식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며 일부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선지원 후추첨제에 대한 타당성도 함께 연구했다.

학부모들은 현재 원거리 학교를 배재하고 추첨을 진행하지만 여전히 원거리 통학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학생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학교 선호도에 따른 선택권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은 연구결과에 따라 선지원 후추첨제를 도입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선지원 후추첨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과거 학교 서열 의식 극복, 학교 간 교육 여건 균등화, 학교 교육과정 다양화 등의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지만 현재 강원도는 이러한 환경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는 특정 학교 선호 인식이 남아 있어 선지원 후추첨제 도입 시 일부 학교 쏠림 현상 등으로 비평준화로의 회귀를 우려했다. 고교평준화 도입 이후 고교 균형발전 및 교육력 제고 등의 효과를 유지하는 데는 현행 학생배정방식이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원거리 배정 문제는 선지원 후추첨제로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임을 지적했다. 선지원 후 추첨에 탈락한 학생 중 일부는 여전히 원거리 통학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지원 후추첨제를 시행하는 타 시도의 경우, 이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성적균등배정제, 선지원 비율 축소 등을 도입하는데, 배정방식 변경으로 인한 혼란과 기회비용도 걸림돌이 되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현행 학생배정방식을 유지하고, 교육청 및 학교의 역량을 학교 교육력 제고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불필요한 혼란과 낭비를 줄이고 강원도 고교평준화의 취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학교 간 교육과정 다양화 및 균등화, 학교 이미지에 대한 인식개선 등의 전제조건이 갖춰진다면 선지원 후추첨제에 대해 다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도교육청의 입장에 대해 일부 학부모들은 불만을 나타냈다. 한 학부모는 "특정 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는 극히 일부일 뿐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근거리 통학을 위해 선지원 후추첨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도교육청은 현행 학생배정방식을 유지할 것이 아니라 원거리 통학에 대한 대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