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시우 씨.

아이스하키 불모지인 국내에서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은 실업팀 창단 3년 만에 세계대회에 진출하는 놀라움을 보여줬다. 또한,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초로 세계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오는 3월 평창 동계패럴림픽을 앞두고 훈련에 한창인 17명의 태극전사 중에는 치악고 출신 최시우(22) 선수도 함께 한다.

양날의 썰매를 타고 두 개의 짧은 스틱을 이용해 퍽을 치는 파라 아이스하키 경기는 패럴림픽  종목 중에서 보기 드문 격렬한 스포츠이다. 국가대표 3년차에 접어드는 최 선수는 팀에서 막내이자 공격수로 묵묵히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최 선수가 원주 출신이라는 사실은 그의 지인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알지 못한다.

처음 아이스하키를 접하게 된 건 고등학교 3학년에 진학한 여름 무렵이었다. 1년 전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낙상사고를 겪으면서 학업을 중단했던 그는 사고로 무릎 아래 두 다리를 잃었다. 퇴원 후 학교로 복귀한 그에게 강원도청 소속 아이스하키 실업팀으로부터 스카웃제의가 들어왔다.  

사고 전 치악고 검도부 대표선수로 활약하며 전국체전 등 다수의 대회에 출전할 만큼 실력이 뛰어났던 그는 격투기와 축구를 취미삼아 운동을 즐겼다. 최 선수는 사고 후 운동은 다시 않으리라 다짐했으나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스포츠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아이스하키 선수 길로 들어선다.

재활운동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스하키 훈련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았다. 훈련과 재활을 병행해야 했기에 체력적으로 버거운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대부분 후천적 장애인들이 겪는 사회와의 단절을 피할 수 있었다. 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훈련받으며 세계대회 출전으로 쌓은 경험들은 그를 우울감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게 해줬다.

훈련에 익숙해지면서 팀 내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실업팀에 입단하고 1년 후 후보선수로 발탁됐으며 이듬해부터는 국가대표 선수로써 선배들과 함께 경기장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최 선수는 아이스하키 훈련일정이 없는 날이면 휠체어 농구선수로도 활약하고 있다. 수영과 웨이트훈련을 위해 들른 드림체육관에서 우연히 접한 후 하·동계 스포츠를 모두 섭렵하며 바쁜 일정을 보내는 중이다.

한편, 최 선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장애인 선수들의 참여가 적은 국내 장애인스포츠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 선수는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며 "장애인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다양한 사회활동과 스포츠에 참여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불어 비인기 종목인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도 힘주어 강조했다.

내달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패럴림픽을 앞두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그는 첫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각오가 남다르다. 최 선수는 "국내에서 개최하는 올림픽에 첫 출전하게 되어 감회가 더욱 새롭다"며 "결승전까지 진출해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파라 아이스하키의 경우 격렬하고 역동적인 스포츠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실 수 있다"며 "패럴림픽에 대해 원주시민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파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은 내달 10일 일본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11일 체코, 13일 미국과 예선전을 치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