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이 크게 관심 갖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 매우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통계이다.
통계는 수요 예측 면에서 중요한 경영원리가 되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분배, 균형, 더 나가서는 국가재정 지출의 적정성, 예산수립, 삶의 질과 미래 가치 등을 가늠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통계 결과에 대한 기준과 근거의 투명성과 공공성이다.
 

 전국의 지역축제나 행사들을 둘러보면 경제적 파급효과 수백억에 고용창출효과 수십억 등 일반인들이 체감할 수 없는 통계 결과를 발표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통계 결과는 지금 우리의 삶을 장밋빛으로  보이게 하지만 정작 실제 우리 삶의 질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최근 또 다른 통계 결과에서는 강원도의 문화시설이 서울의 3배라는 것이다. 이 역시 통계 결과로만 보면 강원도에서 제일 큰 도시인 원주의 삶의 질 역시 서울의 3배인 것 같고, 일자리가 늘어나며, 삶의 질 전반이 높아 적어도 문화시설이 부족해서 원주로 이주하지 못하겠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또 다른 통계를 보면 강원도의 예술 활동 지수는 서울의 20분에 1에 지나지 않는다. 인구 백만 명당 문화기반 시설 수가 중요한지 인구비율과 분포에 기반한 접근성 혹은 문화 서비스의 질이 중요한지 통계 결과는 알려주지 않는다.
 

 통계는 기준과 사용자의 요구에 의해 가공되고 왜곡될 수 있다는 함정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예술 활동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 중요하게 논의되기 시작한지도 벌써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고 현 정부도 2018년 문화 시책으로 '문화기초 강화' '문화의 일상화 실현' '기초문화생활보장' 등을 실현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더불어 문화예술계의 불공정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문화행정 혁신과 공정한 경쟁기회 보장, 생태계 성장기반 조성 등도 시행하겠다고 한다.
 

 모든 게 기대되지만 세종시에서 지자체를 거쳐 현장에서 체감하기까지는 귤이 탱자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게 사실이다. 문화통계가 근거 없이 삶의 질에 대한 불확실한 기초자료가 되거나 어떤 이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시민들과 현장의 문화예술가들에게 공정하고 균형 있는 근거를 제시하여 문화현장의 다양성과 자발성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야 한다.
 

 또한 지자체에서도 통계를 넘어 민간영역의 문화 활동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분석을 해야 한다. 이를 근간으로 지역 민간현장과 공공 영역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현장의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지 않고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문화정책은 정치권력의 프로파간다를 넘어서지 못한다.
 

 최근 원주 지역의 민간 문화공간들이 자발적인 연대를 만들었다. 음악, 시각예술, 책, 공연, 복합 문화공간들이 원주독립문화공간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뭉쳐 지역 문화계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문화가 있는 삶을 통해 질 높은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힘을 보태기로 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들은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든다. 건강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문화예술토대는 견고해 지고, 예술가들은 정치권력에 기웃거리지 않는 자발적인 창작활동으로 시대의 담론을 제시할 수 있다. 비대해진 문화권력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우리는 지난 정부의 몰락을 통해 지켜봐 왔다.
 

 통계에서 외면됐던 이러한 민간의 자발적인 활동들이 문화정책을 수립하는데 자양분이 되어 건강한 문화현장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원영오 극단노뜰 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