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원주시가 양적으로 확장되고 질적으로 성숙하는 한 해가 될 길한 조짐들이 넘쳐난다. 혁신도시가 정착되어 가고, 기업도시의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인구 34만으로 강원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원주시의 예산규모는 2018년 최초로 1조원을 넘어섰다. 또한 올해 2월에 개최될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제2영동고속도로, KTX와 같은 교통인프라가 대폭 확충되어 원주시는 수도권, 인천공항, 그리고 영동지방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좋은 기회들이 자동적으로 원주시의 발전 동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잘 준비하고 활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위험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교통망의 확충을 통해 서울-원주 간 이동시간이 한 시간 이내로 줄어듦에 따라 원주시는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됨과 동시에 더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게 된다.

 원주시가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질과 가격 경쟁력이 수도권을 능가할 때에만 확충된 교통망을 타고 수도권의 구매력이 원주시로 더 많이 유입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원주가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질과 가격 경쟁력이 수도권에 못 미칠 경우, 편리한 교통망을 타고 원주시민들의 구매력은 더 쉽게 수도권으로 이탈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원주시의 상권은 오히려 위축되고 성장 또한 둔화될 수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는 원주시가 어떻게 환경변화에 적응하느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최근 강릉과 평창의 숙박업소들이 동계올림픽 기간 중에 과도한 요금을 받으려다가 예약이 취소되고 예약 문의가 끊기는 바람에 공실사태를 우려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이는 수도권과 영동지방이 KTX로 연결됨에 따라 숙박료가 지나치게 비싼 경우 올림픽 관람객들이 평창이나 강릉에 머무르는 대신 차라리 매일 출퇴근하면서 올림픽을 즐길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바가지요금 때문에 돌아선 발길은 이 지역 숙박료가 주말성수기 수준으로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되돌려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교통을 방패막이 삼아 누리던 계절적 지역독점의 달콤한 추억에서 깨어나지 못한 결과이다. 경쟁의 심화는 기화와 위험이 공존하는 양날의 칼임을 행정 당국 뿐 아니라 모든 시민이 자각할 필요가 있다.

 원주시에 찾아 온 여러 좋은 기회가 성장과 발전의 동력으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도시 소프트웨어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원주시가 경쟁력을 높여 상권을 지키고 나아가 확대하기 위해서는 원주 시민을 고객으로 하는 기업과 자영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경영전략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강화하는데 투자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의 활성화를 통해 다수의 전문직 인력들이 원주로 유입되고 있으나 가족전체가 원주로 이주하여 정착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주의 문화역량과 교육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체계적인 계획과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교육 도시인 원주시가 창의적인 영유아 및 초등, 중등 교육기관들의 유치와 설립을 효과적으로 지원한다면 틀에 박힌 교육을 벗어나, 기술과 지식의 급속한 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21세기형 인재 육성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강력한 교육 인프라가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의 발전과 결합할 때 성장 동력으로서의 힘이 배가될 것이다.

 그러나 작년에 확정된 2018년의 원주시 예산은 아쉽게도 여전히 도로, 철도 등 하드웨어 확충에 방점이 찍혀 있어 원주시가 당면한 기회와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2018년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는 중요한 해이다. 원주의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원주시장과 시의회 의원 후보들의 공약을 제대로 잘 살펴서 어떤 후보가 원주시에 찾아온 기회를 발전의 동력으로 승화시켜 원주시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비전을 갖고 있는지를 제대로 판단하는 중요한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이태정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