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점 출입구에 높이에 맞춰 설치한 이동식 경사로.

식당을 고를 때 맛이나 분위기, 가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비장애인들과 달리 중증장애인들은  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는 경사로와 식탁 여부가 가장 큰 고려사항이다. 외출할 때 음식점을 찾느라 식사시간을 훌쩍 넘기는 이들의 불편을 덜기 위한 이동식 경사로 설치 사업에 중증장애인들이 직접 나섰다.

원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올해 중증장애인 일자리사업으로 '30센치의 기적'을 진행했다. 이동식 경사로를 제작하는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작업치료학과 학생들과 식당 및 편의시설 30곳을 선정해 무료로 이동식 경사로를 배포하는 사업이다.

경사로 설치 수요조사는 중증장애인들이 직접 나섰다. 6명의 중증장애인이 2인 1조가 돼 원주 전역을 돌아다니며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4월부터 5~6개월에 걸쳐 조사하면서 업주의 동의를 받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경사로 설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은 장애인들이 만든 제품을 팔러온 줄 오해해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거절하기 일쑤였다. 설치에 동의했다가도 나중에 거절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30곳을 선정하기 위해 2배가 훌쩍 넘는 상가를 돌아다녀야 했다.

중증장애인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30곳의 출입구를 찍은 사진과 턱 높이를 꼼꼼히 기록해 작업치료학과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이번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A 씨는 "더운 여름날 가게를 돌아다니며 조사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경사로 설치로 장애인들이 편하게 식당을 이용할 것을 생각하면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학생들은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상가에 따라 맞춤 경사로를 제작했다. 완성된 경사로는 장애인 우수시설 편의업소 현판과 함께 전달되며, 관공서 및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홈페이지, 여행정보 앱 등에 기재해 식당 홍보를 돕는다.

지난해는 10여곳의 경사로를 우선 제작해 전달했으며, 나머지는  올해 초 전달할 예정이다. 원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중증장애인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동권 및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수요조사를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며 "장애인들이 편안하게 각종 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사회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